[씨네21 리뷰]
<증인>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2019-02-13
글 : 임수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에서 대형 로펌으로. 순호(정우성)는 파킨슨병에 걸린 아버지 길재(박근형)의 빚을 비롯한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세상과 타협한 상태다. 오랜 민변 활동 경력은 생리대 발암물질 검출 관련 건 피고인을 위해 피해자측 논리를 예견해 재판 준비에 도움을 주는 식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로펌에서 이렇다 할 큰 사건을 맡지는 못하던 그에게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기회가 찾아온다. 10년 동안 함께 산 할아버지를 죽인 혐의로 법정에 선 가사도우미 미란(염혜란)을 변호하라는 것.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소녀 지우(김향기)다. 지우의 상태를 감안했을 때 그녀를 법정에 세우기만 하면 쉽게 승소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순호는 지우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소통과 신뢰는 타인의 방식을 이해하는 데서 온다는 주제가 아주 새롭지는 않다. 한때의 순수한 열정을 접어둔 중년 남성이 ‘좋은 사람’으로 각성하는 서사 또한 그렇다. 하지만 <증인>은 법정 드라마의 틀 안에서 이 소박한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구성하면서 자폐를 그리는 방식에 예의를 갖춘다. 지우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구현한 시점 숏이나 그의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섬세하게 접근한다. 그 결과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지우의 직접적인 질문은 상투성을 벗고 짙은 호소력을 갖는다. 동시에 순호의 오랜 친구 수인(송윤아)이 생리대 발암물질 소송에 앞장서거나, 지우가 차별받는 현실을 보여주며 통합·특수교육 시스템에 질문을 던지는 등 동시대 이슈도 담아내고 있다.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가 고르게 안정적인 가운데,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지우를 연기한 김향기의 연기력이 특히 발군이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의 이한 감독의 신작으로, 제5회 롯데 시나리오 공모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을 영화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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