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주성철 편집장] 한국 코미디영화의 봄은 오는가
2019-02-15
글 : 주성철

간혹 ‘역대 한국 멜로영화 흥행 순위’, ‘역대 한국 코미디영화 흥행 순위’, ‘역대 한국 공포영화 흥행 순위’라는 타이틀이 붙은 기사나 보도자료를 보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특정 영화에 대해 흥미를 유발하는 기사를 작성하고 마케팅 차원에서 이슈화하기 위한 것일 뿐 사실상 그런 공식 집계는 없다. 독자 입장에서도 순간적으로 ‘아 그렇구나’ 할 뿐이다. 역대 음식영화 흥행 순위, 역대 아웃도어영화 흥행 순위 등 작정하고 장르를 세분화하기로 마음먹으면 세상의 많은 영화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흥행 1위를 차지할 수 있다. 아무튼 기존의 기사들을 훑어보면 현재 한국 멜로영화 흥행 순위 1위는 665만 관객을 동원한 <늑대소년>(2012)이고, 한국 공포영화 흥행 순위 1위는 315만 관객을 동원한 <장화, 홍련>(2003)이다. 그런 관점에서 <늑대소년>이 411만 관객의 <건축학개론>(2012)을 제치고 역대 한국 멜로영화 흥행 1위로 올라섰다, <곤지암>(2018)이 <장화, 홍련>과 220만 관객의 <폰>(2002)에 이어 역대 한국 공포영화 흥행 순위 3위가 됐다는 기사가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장화, 홍련>과 <폰>의 경우 영화관의 입장권 발권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산 처리, 집계하는 시스템인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2004년에 시작돼 2010년경 거의 100% 가입률에 이르렀다)이 시작되기 전이라, ‘공식집계 순위’로 말하기에는 정확한 수치라고 보기도 어렵다.

현재 1300만 관객을 돌파하고서도 여전히 지칠 줄 모르는 <극한직업>이 <7번방의 선물>(2013)을 제치고 역대 한국 코미디영화 흥행 1위가 됐다 한다. 두 영화 모두 류승룡이 주인공이고, 공교롭게도 각각 2013년과 2019년 똑같이 1월 23일에 개봉한 영화들이다. 지난해 추석 명절부터 연말에 이르기까지 <창궐> <협상> <명당> <마약왕> 등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인 한국영화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거두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결과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2000년대 이후 한국 코미디영화의 최고 전성기는 바로, 김상진 감독의 <신라의 달밤>과 곽재용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가 여름에 한달 차이로 개봉하고, 그로부터 얼마 뒤 조진규 감독의 <조폭마누라>가 추석을 휩쓸었던 2001년이었다. 이후 웃기다 울리는 ‘청춘 코미디’와 ‘조폭 코미디’ 영화는 한동안 한국영화계를 지배했다. 할리우드 섹시 코미디 <아메리칸 파이>(1999)의 벤치마킹이라 할 수 있는 <몽정기>(2002)와 <색즉시공>(2002)도 이즈음 나왔다. 또한 이때가 영화기자, 평론가 집단과 관객의 적대적인 구도가 고착화되던 시점이기도 하다. 그렇게 비평과 박스오피스는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침체기를 겪던 한국 코미디영화가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베테랑>(2015)의 ‘아트박스 사장’으로 빵 터트렸던 마동석 배우의 <범죄도시>(2017)가 과거 조폭 코미디와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도화선이었던 것 같다.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도 느꼈지만 결국 관객이 마동석에게서 원한 것은 ‘웃음’이었다. <범죄도시>의 진선규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 <극한직업> 또한 후반부의 클라이맥스가 긴 액션 신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그 계보 안에서의 변주를 꾀한 영화라 생각된다. 그런데 업계에서 가장 군침을 흘리는 부분은 지난해의 또 다른 코미디영화 <완벽한 타인>과 <극한직업>이 각각 38억원과 65억원의 순제작비로 완성됐다는 점일 것이다. 앞선 100억원대 영화들과 비교해 업계의 관심을 끄는 이유다. 실제로 현재 신생 투자·배급사들의 라인업에도 압도적으로 코미디영화가 많다. 장르의 반가운 귀환이기도 하겠지만, 지금 한국영화계에는 ‘가성비’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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