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앤 여왕과 그의 곁을 지키던 두 여성의 미묘한 관계
2019-02-20
글 : 장영엽 (편집장)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첫 사극이자 영미권 시상식 시즌인 최근에 가장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작품.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18세기 초 영국 궁정을 배경으로 스튜어트 왕조의 마지막 군주 앤 여왕(올리비아 콜먼)과 그의 곁을 지키던 두 여성의 미묘한 관계를 들여다보는 영화다. 아이를 잃은 슬픔과 궁에서의 고립된 생활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앤 여왕은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귀족 사라(레이첼 바이스)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한다. 사라는 그런 여왕을 등에 업고 섭정에 가까운 권력을 휘두른다. 그러던 어느 날, 몰락한 귀족 친척 애비게일(에마 스톤)이 사라를 찾아온다. 사라의 도움으로 궁에서 하녀로 일하게 된 애비게일은 특유의 수완과 기지로 앤 여왕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하고, 급기야 사라의 입지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사라의 정적이자 야당 당수인 할리(니콜라스 홀트)는 그런 애비게일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채우려 한다.

프랑스와의 전쟁과 양당 제도의 분열로 혼란스러웠던 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이러한 시대의 풍파가 마치 잡음처럼 느껴지는, 왕실의 은밀하고도 사적인 공간에 머무름으로써 가장 개인적인 것이 어떻게 가장 정치적인 것이 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세 주인공과 왕국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사랑’이다. 영화는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인간이 저지르는 변덕스럽고 무모하며 이해할 수 없는 결정들이 권력 또는 정치와 결부되어 어떤 파급력을 만드는 지를 블랙코미디적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이 부조리극의 중심에 위치한 세 여자 배우의 존재감이 대단하다. 특히 변덕스러운 권력자와 유약한 내면을 가진 개인으로서의 양면적인 모습을 완벽한 균형감으로 보여주는 영국 배우 올리비아 콜먼의 연기는 단연 발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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