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시민 케인> <현기증>의 공통점은 뭘까?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 그 앞에 수식어도 하나 붙는다. 바로 ‘박스오피스 폭망’이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회자되는 작품들이지만, 이들은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에서 참패의 성적을 거뒀다. 이처럼 명성과 정반대로 낮은 박스오피스 흥행 수익을 기록한 비운의 명작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 300만 달러 (약 34억 원 흑자)
<쇼생크 탈출>제작비 $25,000,000 | 북미 흥행 수익 $28,000,000
맛보기 작품부터 소개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유독 사랑받는 작품 <쇼생크 탈출>은 제67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을 비롯해 무려 7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던 명작이다. 2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탄생한 이 작품은 북미 극장가에서 28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제작비보다 300만 달러를 더 벌어들이며 체면 치레는 했지만, 명성에 비하면 다소 평범한 흥행 성적이 아닐 수 없다.
- 42만 달러 (약 4억 7천만 원 적자)
<블레이드 러너>제작비 $28,000,000 (추정) | 북미 흥행 수익 $27,580,000
‘저주받은 걸작’을 언급하며 <블레이드 러너>를 빼놓을 수 없다. 개봉 당시 난해하다는 이유로 평단과 관객의 악평에 시달리며 리들리 스콧의 망작으로 손꼽혔던 <블레이드 러너>는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재평가되며 SF 장르의 명작으로 거듭났다. 개봉 당시 <블레이드 러너>가 거둔 흥행 수익은 2758만 달러. 제작비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개봉 이후 <블레이드 러너>는 재개봉, 감독의 재편집을 통해 나온 최종판 ‘파이널 컷’의 개봉을 통해 약 5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더 거둬들였다.
- 778만 달러 (약 87억 원 적자)
<멀홀랜드 드라이브>제작비 $15,000,000 (추정) | 북미 흥행 수익 $7,220,000
공개 당시 평단의 극찬을 받았으나 관객에겐 외면당했던 작품. 데이빗 린치 감독은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통해 제54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해석의 여지가 너무 풍부한 전개가 독이 된 걸까? 같은 해 극장에 걸린 이 작품은 제작비의 반에도 못 미치는 흥행 수익을 기록하고 만다. 누군가에겐 명작, 누군가에겐 괴작으로 기억되었을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2016년,
- 931만 달러 (약 105억 원 적자)
<아이즈 와이드 셧>제작비 $65,000,000 | 북미 흥행 수익 $55,690,000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이자 그가 스스로 꼽은 자신의 최고작 <아이즈 와이드 셧>은 큐브릭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미국 시장 내 적자를 기록한 작품이다. 현실과 환각의 경계선이 불분명한 데다 그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몽롱한 전개 방식이 대중들에겐 영 불친절했던 것. 북미에선 혹평을 받았으나,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이라는 사실,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의 스타 캐스팅이 힘을 더해 1억 달러가 넘는 해외 수익을 기록하며 손익 분기점을 넘기는 데 성공했다.
- 2,139만 달러 (약 241억 원 적자)
<A.I.>제작비 $100,000,000 | 북미 흥행 수익 $78,610,000
스탠리 큐브릭의 구상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연출력이 만나 탄생한 걸작
- 2,597만 달러 (약 293억 원 적자)
<파이트 클럽>제작비 $63,000,000 | 북미 흥행 수익 $37,030,000
브래드 피트의 풋풋한 모습을 담고 있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명작 <파이트 클럽> 역시 흥행 망작이다. 혹평과 호평이 극단적으로 갈리며 제작비 절반을 겨우 넘긴 37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고, 영화의 흥행 부진으로 배급을 맡았던 20세기 폭스의 사장이 사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작으로 떠오른 <파이트 클럽>이 빛을 발한 곳은 2차 시장. 압도적으로 높은 DVD·비디오 판매량을 기록했고, 이후 수많은 관객의 끊임없는 재평가 과정을 거친 끝에 현재는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자리 잡았다.
- 4,100만 달러 (약 463억 원 적자)
<칠드런 오브 맨>제작비 $76,000,000 | 북미 흥행 수익 $35,000,000
현재 <로마>로 전 세계 시상식의 트로피를 휩쓸고 있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게도 흥행 참패의 쓴맛을 본 시절이 있었다. <칠드런 오브 맨>은 개봉 당시 제작비의 반에도 못 미치는 북미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해외 시장에선 그보다 적은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클라이브 오웬, 줄리안 무어, 마이클 케인, 치웨텔 에지오포 등 탄탄한 배우들이 한 데 모인 작품이 이렇게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 이후 다수의 작품의 제작과 기획을 맡아온 알폰소 쿠아론은 7년 뒤 <그래비티>를 들고 나타나 전 세계 시상식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 4,685만 달러 (약 529억 원 적자)
<아이언 자이언트>제작비 $70,000,000 | 북미 흥행 수익 $23,150,000
애니메이션 장르의 대표적인 저주받은 걸작. <아이언 자이언트>는 <인크레더블> 시리즈, <라따뚜이>,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등을 연출한 브래드 버드 감독의 데뷔작이다. 개봉 당시 평단의 호평을 얻었으나, 북미 극장가에선 제작비의 30% 수준인 2315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두는 데 그치고 말았다. 덕분에 제작사였던 워너 브러더스 애니메이션이 한동안 휘청였다는 후문. 소리 없는 명작이었던 <아이언 자이언트>는 비디오와 케이블 TV를 통해 수많은 관객에게 사랑받았고, 개봉 이후에서야 명작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 6,100만 달러 (약 688억 원 적자)
<인사이더>제작비 $90,000,000 | 북미 흥행 수익 $29,000,000
거대 기업 내부 고발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사이더>는 관객과 평단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은 명작이다. 마이클 만 감독 아래 알 파치노, 러셀 크로우, 크리스토퍼 플러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집합한 이 작품은 아카데미를 비롯해 전 세계 유수 시상식의 수많은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초라한 흥행 성적을 지녔다는 점이 아쉬울 뿐. <인사이더>는 제작비의 1/3에도 못 미치는 북미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월드와이드 시장에선 총합 약 6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제작비의 2/3을 회수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 7,614만 달러 (약 859억 원 적자)
<휴고>제작비 $150,000,000 (추정) | 북미 흥행 수익 $73,860,000
조르주 멜리에스에게 바치는 마틴 스콜세지의 찬사. 마틴 스콜세지와 3D 촬영 기법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휴고>는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11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고, 5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그해 최다 후보작, 최다수상작으로 선정되며 제 작품성을 입증해냈다. 흥행 수익이 높지 않아 보이는 건 어마어마한 제작비 덕분일 터. 북미 극장가에서 <휴고>는 제작비 1억 5천만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인 흥행 수익은 약 1억 1천만 달러. 제작비에 비해 아쉬운 흥행 수익임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