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중국영화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중국영화를 볼 수 있었다. 경쟁부문에 중국 감독 왕취안 감독의 <공룡단>과 왕샤오슈아이 감독의 <소 롱, 마이 선>이 진출했고, 로우예 감독의 <더 섀도 플레이>와 샹쯔 감독의 <어 도그 바킹 앳 더 문> 그리고 바이쉬에 감독의 <더 크로싱>이 제너레이션 부문에 진출했다. 이 밖에도 왕리나 감독의 데뷔작 <어 퍼스트 페어웰>은 제너레이션 Kplus 섹션에서 심사위원이 뽑은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또 한번 관객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번 베를린에서 관객의 가장 큰 탄성을 불러일으킨 장면은 경쟁부문에 진출한 왕샤오슈아이 감독 <소 롱, 마이 선>의 두 주연배우 왕징춘과 용메이가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탄 순간이었다. 국제영화제에서 중국 배우가 남녀주연상을 모두 휩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배우 모두 중국영화계에서 20여년 동안 연기 경력을 쌓아온 배우다. <소 롱, 마이 선>은 주인공 부부와 주변인물이 중국 정부가 산아제한 정책을 펼치던 30년의 세월을 지나며 겪는 운명과 그 시간을 묵묵히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국어 제목인 ‘地久天长’(하늘과 땅처럼 영원하다)의 의미처럼 켜켜이 쌓인 시간과 삶의 정서를 밀도 있게 담아냈다.
한편 이미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지만 출품을 취소한 장이머우 감독의 신작 <원 세컨드>가 돌연 출품을 철회한 일을 두고 일부에서는 중국의 민감한 주제인 문화대혁명을 다루었다는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출품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