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2일, 구글이 자사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제작한 광고를 공개했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행오버>, <스크림> 등 여러 유명 영화들을 활용한 광고다. 실제 영화 장면들을 삽입, 지시를 내리는 목소리와 이를 시행하는 인공지능의 목소리를 덧입혔다. 또한 인공지능이 켜져 있는 핸드폰, 태블릿 화면도 새롭게 추가했다. 마치 하나의 장면처럼 적절히 편집한 점이 돋보인다.
이번 광고 외에도 구글은 2018년 12월, 영화 <나홀로 집에>를 패러디한 인공지능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나홀로 집에>의 주역 케빈을 연기한 맥컬리 컬킨이 그대로 출연해 인공지능에게 여러 지시를 내리는 컨셉이다. 영화의 주된 사건이었던 도둑들의 침입도 이를 통해 방지하는 내용.
그렇다면 과연 국내에는 어떤 광고들이 영화를 활용해 코믹함을 더했을까. 그 사례들을 모아봤다. 영화 속 배우들이 출연한 경우, 광고 모델들이 장면을 패러디한 경우, 아예 영화 장면을 활용한 경우 등 종류도 여러 가지다.
삼성카드 <그녀> 패러디 광고
해외 영화를 패러디한 사례부터 알아보자. 삼성카드는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그녀>를 패러디했다. <그녀>에서 인공지능 사만다(스칼렛 요한슨)가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의 공허함을 채워주는 것에서 착안, 삼성카드 사라가 유해진을 꼼꼼히 챙겨준다는 설정이다. 사라의 목소리는 삼성카드의 광고 모델인 이나영이 맡았다. 영화의 소재를 활용해 고객의 니즈를 맞추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 또한 <그녀>에서 사만다가 사라지는 것까지 카드의 마그네틱이 손상되는 것으로 비유했다. 영화의 스토리라인을 최대한 살리며 이를 정보 전달로 이어간 똑똑한 사례다.
위메프 <취권> 패러디 광고
온라인 쇼핑 사이트 위메프는 유명 홍콩 영화 <취권>을 패러디했다. 황비홍(성룡)이 취권의 고수 소화자(원소전)에게 훈련을 받는 장면을 활용했다. 변희봉이 스승 역할이며 이서진, 이승기가 훈련을 받는 제자들로 등장했다. 위메프의 <취권> 패러디 광고의 ‘킬링 파트’는 역시 “싸다~!”라는 외침. <취권>뿐 아니라 홍콩 무협영화의 상징 같은 추임새를 코믹하게 변경했다. 확실히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 중독성. 위메프는 광고의 최우선 목표인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것’을 영화 패러디를 통해 성공시켰다.
KDB <타짜> 패러디 광고
수많은 명대사를 낳으며 한국 도박 소재 영화의 최고봉 자리를 지키고 있는 <타짜>. 그중에서도 마지막 고니(조승우)와 아귀(김윤석)의 대결 신은 장면 전체가 명대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 회사 KDB는 이 장면을 패러디해 금융 상품 광고를 제작했다. 숨겨진 명작으로 불리는 이성한 감독의 <바람: wish>에 출연했던 이유준, 지승현이 각각 아귀, 고니를 맡았다. 강한 긴장감을 자아냈던 고니의 노림수를 상품의 장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활용했다. 동시에 KDB는 곽경택 감독의 <친구>를 패러디한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유준, 지승현, 양기원이 역할만 바꿔 그대로 출연했다.
소니, 직방, BHC <범죄도시> 패러디 광고
2017년 큰 흥행을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범죄도시>. 그만큼 <범죄도시>를 패러디한 광고들도 여럿 쏟아졌다. 그중 소니는 실제 조연 배우들을 직접 섭외해 광고에 등장시켰다. 독사 역의 허성태, 장이수 역의 박지환 등이 출연해 영화의 캐릭터를 그대로 이어갔다.
다른 기업들은 배우들이 직접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영화 속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캐릭터 장첸(윤계상)을 패러디했다. 부동산 어플 직방은 예능인 유세윤을, BHC 치킨은 성대모사의 달인 정성호를 장첸으로 변신시켰다.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빛을 봤던 <범죄도시>인 만큼, 이를 패러디한 광고들도 스토리보다는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BHC <신세계> 패러디 광고
BHC도 구글처럼 영화 활용을 좋아하는 듯하다. BHC는 <범죄도시> 이전,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를 패러디한 광고를 선보였다. 이번에는 이준구 역의 박성웅 등도 직접 출연했다. 본인의 대사 외에도 정청(황정민)의 명대사까지 가져와 열심히 치킨의 재료를 설명하는 내용. 코믹한 상황과 이에 반대되는 무거운 분위기로 웃음을 자아낸 광고다. 또한 영화의 음악까지 그대로 사용해 관객들의 친숙함을 더한 점도 돋보인다.
메디안 <늑대소년> 패러디 광고
영화 속 배우와 새로운 광고 모델이 함께 출연한 경우도 있다. 치약 브랜드 메디안의 <늑대소년> 패러디 광고다. 독특한 점은 송중기의 역할이 바뀌었다는 것. 대신 김슬기가 늑대소년을 패러디한 치석소녀를 연기했다. 송중기는 박보영의 포지션.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 치석이 쌓일 대로 쌓인 치석소녀에게 송중기가 양치를 가르치려 한다는 내용이다. 송중기는 영화 속 박보영처럼 기타를 치는 컨셉으로 등장해 직접 광고 속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또한 유연석이 연기한 지태처럼 악역도 등장시키며 영화 같은 기승전결을 보여줬다.
현대카드 <올드보이>,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살인의 추억>, <친구> Co-Work 광고
영화를 광고에 활용한 사례는 현대카드가 끝판왕이라 할 수 있겠다. 현대카드는 자사의 M 카드 광고에 여러 국내 유명 영화들을 사용했다. 새롭게 촬영하지는 않았으니 엄밀히 따지면 패러디는 아니다. 현대카드는 ‘Co-Work'라는 이름으로 광고를 공개했다. 협업 광고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광고에 사용된 영화는 <올드보이>,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살인의 추억>, <친구> 총 네 작품이다. 영화 속 장면이 그대로 등장, 상황에 맞는 자막과 나레이션을 얹어 카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형식이다. 영화에 광고를 맞춘 듯한 독특한 아이디어. 실제 M 카드는 영화 활용 광고 이후, 온라인에서만 신청 가입자가 2배로 늘었으며 홈페이지 방문자가 4~5배 증가하는 효과를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