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영화부터 칸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으며 화제가 된 일본 배우가 있다. 3월14일 국내 개봉하는 <아사코>의 주역 카라타 에리카다. 이미 일본에서는 여러 드라마, 광고 등으로 라이징 스타가 된 그녀는 2018년, 영화 데뷔작인 <아사코>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기분 좋은 시작을 장식했다.
놀라운 점은 카라타 에리카의 소속사가 이병헌, 한효주 등이 있는 BH 엔터테인먼트라는 것. 2017년 LG 휴대 전화 ‘V30’의 TV 광고에 출연했던 그녀는 곧바로 BH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체결, 한국 소속사를 가지게 됐다.(현재 일본의 후라무에도 공동 소속돼있다) 인터뷰를 통해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 중”이라고 밝힌 카라타 에리카. 조만간 국내 작품 속 그녀의 모습도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렇다면 그녀보다 먼저 한국 활동을 했던 선배 격 일본 배우들에는 누가 있을까. 일본인이지만 아예 데뷔를 한국에서 한 경우까지 포함해 한국 영화, 드라마에서 활약했던 7인을 모아봤다.
미야자키 아오이
1999년부터 아역으로 활동,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채워가고 있는 미야자키 아오이. 한국에 대한 사랑과 일본 역사 왜곡에 대한 소신 발언으로 유명한 그녀는 2007년에 이준기와 한상희 감독의 <첫눈>에 출연했다. 일본을 배경으로 교환 학생 김민(이준기)과 나나에(미야자키 아오이)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미야자키 아오이는 일본어 뿐 아니라 한국어까지 연습하며 배역을 소화했다. 극중 이소라의 ‘처음 느낌 그대로’를 직접 부르기도. <첫눈>은 진부한 스토리로 혹평을 받았지만 2006년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와 함께 미야자키 아오이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얼굴을 알린 계기가 됐다.
오다기리 죠
투박함과 섬세함이 공존하는 배우 오다기리 죠도 여러 한국 영화로 모습을 비췄다. 그 시작점은 김기덕 감독의 <비몽>. 꿈으로 이어진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에서 그는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남자 준을 연기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이후 <태극기 휘날리며>로 수많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혔던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오다기리 죠는 일본 군 장교 타츠오를 연기, 악역과 선역을 오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외에도 <비몽>의 조연출이었던 전재홍 감독의 <풍산개>에서 북한군 단역으로 출연,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에서는 독특한 헤어스타일의 일본 야구팀 구단주로 특별출연하기도 했다.
우에노 주리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로 큰 인기를 끌었던 우에노 주리도 한국 영화에 등장했다.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는 우진의 이야기를 그린 <뷰티 인사이드>에서다.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 우에노 주리는 수많은 우진의 얼굴 중 한 명을 연기했다. 일본어를 사용하지만 한국어를 알아듣는 인물로 독특한 우진의 설정을 확대시켜 준 역할이다. 상대역인 이수를 연기한 한효주는 “우에노 주리 씨는 우진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대본에 흰 공백이 없을 정도로 우진에 대해 연구한 걸 써놓았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쿠니무라 준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일본 배우는 쿠니무라 준이 아닐까. 이미 일본에서는 베테랑 배우로 통하던 그는 2016년 나홍진 감독의 <곡성(哭聲)>에 출연해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온갖 맥거핀으로 관객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던 <곡성>. 쿠니무라 준은 그 중심에 위치한 외지인을 연기하며 미스터리 스릴러의 묘미를 한껏 살렸다. 그 결과 그는 2016년 청룡영화제에서 외국 배우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속 ‘무한상사’ 드라마 특집에도 출연했으며,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후지이 미나
후지이 미나는 카라타 에리카와 마찬가지로 한국 소속사를 가진 일본 배우다. 2012년부터 한국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드라마에 일본인 역으로 특별출연하거나 예능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대학 시절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한 덕에 예능에서 무리 없이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첫 한국 영화 주연작은 2015년 개봉한 저예산 영화 <그리울 련>. 이후 <엽기적인 그녀 2> 등의 상업영화로도 영역을 넓혔으며 2017년 비브로스 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을 체결해 한국 소속사를 가지게 됐다. 현재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오타니 료혜이
오타니 료헤이는 일본인이지만 한국 배우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할 듯하다. 대학 때까지 일본에서 배구 선수와 모델을 겸하던 그는 2006년 MBC 드라마 <소울 메이트>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11년 740만 관객을 동원한 <최종병기 활>에 출연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조선, 일본인도 아닌 청나라 군인을 연기했다. 이후 여러 줄 곳 한국 드라마, 영화에 출연했으며 2014년에는 국내 최다 관객 동원 영화 <명량>에 준사 역으로 등장했다. 일본인이지만 조선으로 귀화해 이순신(최민식)을 돕는 인물로 실제 난중일기에 기록됐던 사람이다. 이후 2015년 윤종신의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됐으며, 2016년에는 일본 대형 기획사 아뮤즈에 공동 계약을 맺어 일본 영화에도 출연하고 있다.
유민
마지막은 앞서 소개한 이들의 선배 격이라 할 수 있는 유민이다. 일본에서 배우로 활동하던 그녀는 <8월의 크리스마스>(1998)를 보고 한국에 대한 흥미가 생겨 무작정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리고 2001년 MBC 드라마 <우리 집>에 출연하며 첫 한국 작품을 장식했다. 이후 드라마 <올인>, 영화 <청연>, 예능 프로그램 등 다방면으로 활약하며 높은 인지도를 쌓았다. 2004년 드라마 <유리화>에서는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 배역을 맡기도. 그러나 2006년 함께 일하던 매니저의 사기 행각 등을 이유로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만 활동, 2009년 KBS 드라마 <아이리스>로 다시 복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드라마와 영화 대신 국내 CF, 예능 프로그램으로 종종 모습을 비췄다.
이외에도 한국 작품에 출연했던 여러 일본 배우들로는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에 출연했던 카세 료,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여러 한국 영화에 등장했던 다케다 히로미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