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원 네이션> 배고픔과 절망으로 물든 1789년 파리
2019-03-20
글 : 김소미

프랑스 혁명으로 앙시앵 레짐(구체제)이 무너지기까지 약 4년간의 투쟁을 재현했다. 때는 루이 16세 재위 시절, 미국 독립전쟁에 거액의 국고를 투자하면서 프랑스는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1789년의 어느 여름, 한쪽에서는 바스티유 감옥이 무너지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가난한 청소부 프랑소아즈(아델 하에넬)의 갓난아이가 갈비뼈가 앙상한 채 숨을 거둔다. 영화는 같은 해 8월에 있었던 인권선언을 시작으로 여성들의 베르사유 행진, 궁정 침략과 루이 16세의 파리 소환 등 프랑스 혁명의 굵직한 사건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 과정에서 <원 네이션>을 감싸는 특징적인 분위기는 바로 침묵이다. 비를 뚫고 묵묵히 베르사유 궁으로 행진하는 여성들의 끝없는 행렬, 단두대로 향하는 루이 16세의 마차 양옆에 늘어선 시민들의 차가운 눈빛이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국민의 힘으로 왕을 끌어내리되 그를 향해 야유나 조소는 퍼붓지 않겠다는 품위가 <원 네이션>이 바라보는 프랑스의 힘이다. 물건을 훔치고 노예로 낙인 찍힌 떠돌이 바질(가스파르 울리엘)과 프랑소아즈의 사랑, 공동체를 감싸는 유리공 조제프(올리비에 구르메)의 이타심, 그리고 시민 혁명파의 정신적 지주이자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마라(드니 라방)의 카리스마 또한 역사 속 개인의 초상에 품격을 더한다. 한편 민중의 뜨거운 투쟁을 다루면서도 몰락을 맞이하는 왕가의 처연함을 포착하는 시선도 영화를 흥미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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