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악질경찰> 나쁜 놈 위, 더 나쁜 놈이 지배하는 세상
2019-03-20
글 : 장영엽

<아저씨>(2010), <우는 남자>(2014) 등을 연출한 이정범 감독의 신작. 조필호(이선균)는 경찰 신분으로 각종 비리를 저지르는 ‘악질경찰’이다. 뒷돈을 챙기는 건 물론이고 때로는 범죄까지 사주하는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제 한몸 잘 건사하는 것이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급하게 돈이 필요해진 필호는 전문털이범 기철(정가람)과 공모해 경찰 압수창고를 털려 한다. 그런데 창고에 기철이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 필호는 기철이 폭발 사고로 사망하기 전 친구 미나(전소니)에게 동영상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미나가 가진 동영상을 찾아 자신의 죄를 덮으려 한다. 한편 대기업 태성그룹의 해결사 태주(박해준) 역시 그룹의 비밀이 담긴 기철의 동영상을 찾아나선다.

<악질경찰>은 ’행복한 도시 안산’이라는 문구가 담긴 액자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2015년, 그러니까 세월호 참사 1년 뒤의 안산을 배경으로 삼는 이 영화는 국가적 시스템의 부재가 낳은 참사의 피해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학생들- 을 상업 범죄영화의 틀 안으로 과감하게 끌어들인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안티 히어로인 조필호는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하는 권력자들에 맞서 그들에 의해 다시 한번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을 구하려 한다. 문제는 이처럼 사회적, 윤리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영화가 사려 깊게 다루지 못한다는 점이다. 타락한 어른들의 싸움에서 아이들은 철저하게 도구화되고 대상화되며 폭력에 노출된다. 이런 장면을 보여주어야 할 만큼의 명분을 찾지 못한 영화에서 어른들의 뒤늦은 참회는 비겁한 변명으로 느껴질 뿐이다. 대담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집단의 트라우마를 야기한 참사에 대한 일방향적 성찰이 아쉬운 작품. 미나로 분한 신인배우 전소니의 연기가 여운을 남긴다.

최신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