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는 율(말라 엠데)은 포르투갈에 있는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캠핑카 여행을 준비한다. 정치학을 공부하는 얀(안톤 스파이커) 역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베를린에서 스페인으로 떠날 계획이다. 카풀로 쾰른까지 이동해 비행기를 탈 계획이었던 얀은 카풀하기로 한 사람에게 바람맞고, 우연히 만난 율의 캠핑카에 동승한다. 단둘이 캠핑카에서 장거리 여행을 하게 된 두 사람은 연애, 죽음, 환경 등을 소재로 두서없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서로 신상을 모르는 상태로 토론을 이어가던 두 사람. 얀의 무신경함이 율의 상처를 건드리고 율은 감정이 상해 길 한복판에 얀을 내려줘버린다. 그러나 늦은 밤 혼자 캠핑카에 남은 율이 다른 남성으로부터 위협받자 얀이 구해주고, 둘은 다시 여행길에 동행한다.
처음 만난 남녀가 함께 캠핑카를 타고 유럽을 횡단한다. 당연히 둘 사이엔 로맨스의 기운이 싹튼다. 차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끊임없는 토론이 이어지고, 차창 밖으로는 독일,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의 빼어난 풍광이 스친다. 영화의 원제인 <303>은 영화 속 캠핑카인 메르세데스 303의 모델명이다. 그만큼 율이 운전하는 캠핑카는 이 영화의 주요 배경이자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운전하다 지치면 차를 세워두고 호숫가를 산책하거나 풀밭에 누워 잠을 청하고, 바다에서 서핑을 하며 쉬어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부러움을 자아낸다. 낯선 여행지를 배경으로 한 예쁜 로맨스영화 같지만 얀과 율이 지고 있는 삶의 무게와 고민 역시 비중 있게 그려진다. 물론 청춘의 고민이 연애와 여행만으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 이런 간접여행도 괜찮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