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에브리타임 룩 앳 유> 낯선 길 위에서 만난 두 청춘
2019-03-20
글 : 김송희 (자유기고가)

베를린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는 율(말라 엠데)은 포르투갈에 있는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캠핑카 여행을 준비한다. 정치학을 공부하는 얀(안톤 스파이커) 역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베를린에서 스페인으로 떠날 계획이다. 카풀로 쾰른까지 이동해 비행기를 탈 계획이었던 얀은 카풀하기로 한 사람에게 바람맞고, 우연히 만난 율의 캠핑카에 동승한다. 단둘이 캠핑카에서 장거리 여행을 하게 된 두 사람은 연애, 죽음, 환경 등을 소재로 두서없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서로 신상을 모르는 상태로 토론을 이어가던 두 사람. 얀의 무신경함이 율의 상처를 건드리고 율은 감정이 상해 길 한복판에 얀을 내려줘버린다. 그러나 늦은 밤 혼자 캠핑카에 남은 율이 다른 남성으로부터 위협받자 얀이 구해주고, 둘은 다시 여행길에 동행한다.

처음 만난 남녀가 함께 캠핑카를 타고 유럽을 횡단한다. 당연히 둘 사이엔 로맨스의 기운이 싹튼다. 차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끊임없는 토론이 이어지고, 차창 밖으로는 독일,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의 빼어난 풍광이 스친다. 영화의 원제인 <303>은 영화 속 캠핑카인 메르세데스 303의 모델명이다. 그만큼 율이 운전하는 캠핑카는 이 영화의 주요 배경이자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운전하다 지치면 차를 세워두고 호숫가를 산책하거나 풀밭에 누워 잠을 청하고, 바다에서 서핑을 하며 쉬어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부러움을 자아낸다. 낯선 여행지를 배경으로 한 예쁜 로맨스영화 같지만 얀과 율이 지고 있는 삶의 무게와 고민 역시 비중 있게 그려진다. 물론 청춘의 고민이 연애와 여행만으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 이런 간접여행도 괜찮지 않나 싶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