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속편 영화하면 MCU, DCEU, <엑스맨>, <007>, 시리즈 등 이미 하나의 ‘프랜차이즈’가 된 영화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시리즈물로 자리 잡지 않았음에도 순전히 1편의 흥행, 명성만으로 속편이 제작되는 작품들이 있다.
일례로 2017년 개봉, 제작비의 5배가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던 <킬러의 보디가드>의 속편,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가 있다. 1편의 성공에 힘입어 2018년 5월 제작이 확정됐으며 지난 3월12일(현지 시간) 촬영에 돌입했다. 전편에서 활약했던 킬러 다리우스(사무엘 L. 잭슨)와 그의 보디가드 마이클(라이언 레이놀즈)가 그대로 등장하며, 조연이었던 다리우스의 아내 소니아(셀마 헤이엑)가 더 큰 비중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처럼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아님에도 속편 제작에 착수한 할리우드 영화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에 해당하는 다섯 예정작들을 모아봤다. 1편 이후 곧바로 속편 제작에 돌입한 작품도, 혹은 약 40년의 세월이 지나 속편이 제작되는 경우도 있다.
<그것: 챕터 2>
2017년 9월5일 북미 개봉했던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의 <그것>은 개봉 5일 만에 속편 제작 소식이 전해졌다.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1990년 제작됐던 <피의 피에로>를 다시 리메이크한 <그것>은 첫 주만에 제작비의 3배가 넘는 1억 달러를 돌파, 최종적으로 20배가 넘는 7억 달러를 거둬들이며 대성공을 거뒀다. <식스 센스>(1999)의 기록을 깨고 역대 공포영화 흥행 1위를 달성했다. 진보된 분장, CG 등으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극대화했으며 원작 소설처럼 성장담도 조화롭게 섞어냈다는 평.
속편인 <그것: 챕터 2>는 27년 후 시점을 그린다. 성인이 된 ‘루저 클럽’ 멤버들이 다시 ‘그것’에 맞선다는 이야기. 전편의 흥행에 힘입어 성인이 된 주인공들에는 제임스 맥어보이, 제시카 차스테인, 빌 헤이더, 앤디 빈 등 쟁쟁한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그중 제임스 맥어보이와 제시카 차스테인은 1편의 아역인 제이든 리버허, 소피아 릴리스가 지목한 이들이기도 하다. 소름 돋는 분장으로 페니와이즈를 연기한 빌 스카스가드도 그대로 합류,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현재 촬영을 완료하고 후반 작업에 돌입했으며 2019년 9월6일 북미 개봉 예정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
팝콘 씹는 소리마저 눈치가 보이게 만들었던 <콰이어트 플레이스>도 개봉 3일 만에 제작비의 3배를 회수, 빠르게 속편 제작이 확정됐다.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배경은 시각 대신 청각이 극도로 발달한 괴생명체들이 장악한 지구. 1편에서는 에블린(에밀리 블런트) 가족의 처절한 생존이 그려졌다. 엔딩으로는 괴생명체를 물리칠 방법을 찾은 에블린이 총을 장전하며 끝을 맺었다. 누가 봐도 속편이 나올듯한 마무리.
그러나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에블린 가족의 이후 이야기를 다룰지는 불분명하다. 전편에 이어 다시 연출을 맡은 존 크래신스키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여타의 속편과는 다를 것이다. 에블린 가족들처럼 살아남으려는 또 다른 가족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생존에 대한 연구를 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과는 반대로 지난 2월에는 1편의 주인공이었던 에밀리 블런트가 다시 캐스팅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아직 많은 것이 미지수인 상태다. 현재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제작 초기 단계이며 2020년 5월15일 북미 개봉을 목표로 올해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좀비랜드: 더블 탭>
좀비물과 B급 유머를 섞어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던 <좀비랜드>는 10년 만에 속편 제작에 돌입했다. 제목은 <좀비랜드: 더블 탭>(이하 <좀비랜드 2>). 우여곡절 끝에 동료가 되어 좀비들을 물리쳤던 주인공들이 1년 후, 새롭게 진화한 좀비들에게 대항한다는 내용이다. 1편의 루벤 플레셔 감독이 다시 연출을 맡았으며, 네 명의 주연 배우들도 그대로 출연했다. 현재 촬영이 진행 중이며 2019년 10월11일 북미 개봉 예정이다.
<좀비랜드>는 <베놈>의 루벤 플레셔 감독의 데뷔작으로 이제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가 된 엠마 스톤, 제시 아이젠버그의 신인 시절 작품이기도 하다. 게다가 <좀비랜드>의 각본을 맡은 후 <데드풀> 시리즈로 명성을 이어간 레트 리즈, 폴 워닉 콤비가 다시 각본을 맡았으니 <좀비랜드 2>는 의리로 똘똘 뭉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1편의 포스터를 그대로 재현한 포스터도 공개됐다. 당시 11살이었던 아비게일 브레스린을 제외하고는 거의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닥터 슬립>
거장들의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1980)은 무려 39년 만에 속편이 나온다. 제목은 <닥터 슬립>으로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처럼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1편에서 영적 존재와 교감할 수 있는 ‘샤이닝’ 능력을 가졌던 꼬마 대니 토렌스(대니 로이드)가 어른이 된 시점의 이야기다. 그가 자신과 비슷한 능력의 소녀 아브라를 만나고, 그녀를 노리는 집단 ‘트루 넛’에 대항한다는 내용. 주인공 대니는 이완 맥그리거가 캐스팅됐으며, 아브라 역으로는 신예 배우 카이라이 쿠란이 낙점됐다. 이외에 레베카 퍼거슨이 트루 넛의 리더 로즈를 연기한다. 연출은 <오큘러스>, <위자: 저주의 시작>, <제럴드 게임> 등 호러 영화로 이름을 알린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 맡았다.
사실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은 스티븐 킹의 원작과는 매우 다른 결을 보여줬다. 영화에서는 제목이기도 한 대니의 ‘샤이닝’ 능력이 큰 비중으로 등장하지 않았으며, 미쳐버린 대니의 아버지 잭(잭 니콜슨)의 행각에 초점이 맞춰졌다. 스티븐 킹이 원작 파괴를 이유로 영화를 매우 싫어했던 것도 유명하다. 반대로 이완 맥그리거는 인터뷰를 통해 “<닥터 슬립> 각본은 원작에 매우 충실할 것이다.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그 내용 그대로 나온다”고 밝히기도 했다. <닥터 슬립>은 현재 후반 작업에 돌입했으며 2019년 11월8일 북미 개봉 예정이다.
<리브 다이 리핏 앤 리핏>
소문만 무성했던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속편 <리브 다이 리핏 앤 리핏>(Live Die Repeat and Repeat)도 드디어 지난 3월1일, 공식적으로 제작을 발표했다. 1편의 더그 라이만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으며 각본도 이미 집필 중이라고. 아직 자세한 줄거리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1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며 빌(톰 크루즈)과 리타(에밀리 블런트) 외에 새로운 인물이 합류하게 된다. 또한 더그 라이만 감독은 “전편보다는 작은 규모로 액션도 줄일 것이다. 대신 인물들을 좀 더 깊게 다룰 것이다”고 밝혔다.
문제는 톰 크루즈, 에밀리 블런트의 빽빽한 스케줄이다. 톰 크루즈는 현재 <탑 건: 매버릭>를 촬영 중이며, 두 편의 <미션 임파서블> 영화도 앞두고 있다. 에밀리 블런트 역시 앞서 언급한 <콰어어트 플레이스 2> 촬영을 준비 중이다. 따라서 <리브 다이 리핏 앤 리핏>이 본격적인 제작에 착수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하다. 개봉 예정일 역시 아직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