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길티>는 하나의 무대, 한명의 주인공, 한건의 납치극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팽팽한 심리 스릴러다. 모종의 사건으로 경질된 채 긴급구조전화센터에서 근무 중인 경찰 아스게르(야고브 세데르그렌)에게 어느 날 밤 이벤이라는 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이벤이 남편 미카엘에게 납치된 상황임을 간파하고, 방치된 그들의 딸 마틸데와 죽은 아들 올리베르의 사정까지 알게 된 아스게르는 전화교환원의 본분을 잊고 미카엘을 잡기 위한 위험한 단독행동을 시작한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생략과 침묵을 활용해 관객을 몰입시키는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이다. 이에 발맞춰 자기만의 방식대로 사건 현장 곳곳을 꾸며내는 관객의 상상력이 영화를 견인한다. <더 길티>로 데뷔한 덴마크의 신예 감독 구스타브 몰레르는 “관객과 공동 창작하는 영화”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한된 정보로 최대치의 상상을 더하는 즐거움은 문학읽기와 비슷하지만, <더 길티>는 결정적으로 관객이 마주하는 유일한 이미지인 아스게르의 모습을 통해 고전적인 영화문법의 힘을 역설하는 차이를 지녔다. 클로즈업, 익스트림 클로즈업, 풀숏의 각도와 방향을 달리할 뿐 <더 길티>에 새롭고 현란한 기술은 없다. 가장 기본적인 최소의 도구만으로 흠 없이 매끈한 영화를 만들어내는 경지다. 독창적이라기보다는 단단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듯싶다. 인간의 오만이라는 테마를 교조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담아낸 점도 깔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