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어스> 자신의 가족과 똑같이 생긴 사람들
2019-04-03
글 : 김성훈

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크루즈, 어린 애들레이드는 부모님과 놀이공원에 간다. 아버지가 두더지게임에 정신이 팔린 사이 애들레이드는 놀이공원 안에 있는 거울의 방에 갔다가 무언가를 목격한다. 이상한 일을 겪었지만 그게 무엇인지 도통 말을 하지 않는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뒤, 성인이 된 애들레이드(루피타 니옹고)는 게이브(윈스턴 듀크)와 결혼해 딸 조라(샤하디 라이트 조셉)와 아들 제이슨(에반 알렉스)을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간다. 네 가족은 캘리포니아 샌타크루즈로 여름휴가를 떠나고, 어린 시절 겪은 일이 떠오른 애들레이드는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불안해한다. 휴가 첫날 밤, 애들레이드는 숙소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창밖을 내다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의 가족과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빨간 옷을 입은 채 서성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들레이드 가족은 영문도 모른 채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들에게 공격받는다.

시종일관 예측하기 힘든 공포를 보여주며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를 직접적으로 풍자한 데뷔작 <겟 아웃>(2017)과 달리 조던 필의 두 번째 장편영화 <어스>는 애들레이드가 어린 시절 겪은 이상한 일을 맥거핀 삼아 서스펜스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스릴러영화에 더 가깝다. ‘우리’(us)와 ‘미국’(United States)이라는 중의적 뜻을 함축한 영화의 제목(<Us>)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영화는 트럼프 시대 미국 사회를 은유한다. TV 뉴스는 ‘미국을 가로지르는 손’(Hands Across America) 운동(1986년 미국에서 굶주린 사람들을 돕는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벌인 캠페인으로 15분 동안 서로 손을 잡는 퍼포먼스)을 독려하지만, 정작 애들레이드 가족은 외부인이 침입해 자신들의 목숨을 위협해도 경찰이 출동하지 않아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애들레이드 가족이 자신들과 똑같이 생긴 정체불명의 무리에게 “당신들은 누구냐”라고 묻자 이들은 “미국인”이라고 대답한다. <어스>는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같은 미국인이라도 서로 믿지 못하는 보수화된 현재 미국 사회를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풍자한다. 조던 필 감독에게 소포모어 징크스는 해당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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