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생일> 이목원 미술감독 - 욕심을 버리고
2019-04-08
글 : 임수연
사진 : 최성열

창작자의 욕망을 덜어내고 접근해야 하는 작업이 있다. 세월호 이후 유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생일> 현장에 임하는 이목원 미술감독처럼.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공간을 영화적으로 윤색하거나 주관을 개입하지 않으려 애쓰며 최대한 리얼하게 표현했다.” 영화 후반부 수호(윤찬영)의 생일 파티 전에 등장하는 공간은 제작진이 유가족의 집을 방문해보고 느낀 점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아이가 방금 나간 것처럼 아이의 물건을 그대로 보관하고 계시더라.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많이 아팠고, 죄책감도 들었다”는 그는 이종언 감독과 의견을 나누며 수호의 방 세팅을 조금씩 매만졌다. 영화의 주 공간인 순남(전도연)의 집에 최대한 색을 배제한 것도 유가족의 심리를 배려한 결과다. “큰 트라우마가 있으면 감정도 비워진다. 조명이나 의상의 색감이 조금만 더해져도 영향을 받는다. 자그마한 것에도 영향을 받는 순남의 마음을 보여줄 수 있게 컨셉을 잡았다. 또 유가족들이 너무 남루해 보이지 않기를 바라서 젊은 부모가 사는 정갈한 느낌을 살려 작업했다.” 수호가 다니던 단원고등학교 교실의 경우, 세월호 기억 교실 사진 자료에서 아이들 급식표가 4월에 멈춰 있는 것이 기억에 남아 영화에도 그대로 반영했다고 한다.

“지금도 계속 고민한다. 오버한 건 아닌가? 내가 욕심을 냈나? 결국 영화에서 전면에 서는 사람은 배우다. 그들이 자기 공간처럼 편하게 느끼도록 하는 게 좋은 영화 미술의 조건인 것 같다.” 그의 이러한 신념은 전작에서도 묻어난다. 미학적 계산이 들어가야 하는 작품과 그래서는 안 되는 작품이 뚜렷하게 구분된 작품들이 포진해 있다. 마트로 대표되는 갑의 공간을 차가운 톤으로, 을의 공간은 따뜻한 톤으로 잡아 색깔을 맞춘 <카트>나 엄마(김혜수)를 대변하는 그린이 일영(김고은)을 상징하는 레드로 바뀌어가도록 한 <차이나타운> 등 컬러 매칭으로 설명한 작품이 있는 반면, <부산행>은 “비현실적인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공간은 리얼해야 한다고 생각해” 실제 KTX를 그대로 재현한 작품이다. 그의 차기작은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후속작으로 알려진 <반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이응복 PD 차기작 <스위트홈>도 대기 중이다. “특이한 조형물보다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 가져온 것”의 힘을 믿는 그의 태도가 이들 작품에서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지 기대해본다.

아이폰 XS

“미술감독에게 특히 중요한 건 안목과 관찰력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가장 손닿기 쉬운 아이폰으로 공간이나 상황을 계속 스케치하고 아카이브화한다. 작업할 때마다 사진을 정리한 폴더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 실재하는 공간은 분위기가 좀 생소한 경우에도 잘 변형하면 자연스럽다.”

2018 <생일> 2017 <신과 함께-인과 연> 2017 <염력> 2017 <신과 함께-죄와 벌> 2016 <부산행> 2015 <차이나타운> 2014 <카트> 2013 <관능의 법칙> 2012 <이웃사람> 2012 <코리아> 2011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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