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포성섬유종이라는 희귀병을 앓는 스텔라(헤일리 루 리처드슨)와 윌(콜 스프로스)은 병원에서 만난 뒤 급속도로 친밀해진다. 문제는 둘 다 감염에 극도로 취약해 서로에게 절대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는 것. 특히 폐 이식을 앞둔 스텔라에게 윌이 가진 바이러스는 치명적이다. 병원이 권장하는 제한 거리 6피트의 금기 때문에 애달파하던 10대 연인은 결국 거리를 1피트 좁히고 장갑을 낀 채 손을 잡는 등 일탈을 시도한다.
<파이브 피트>는 시한부 삶을 사는 청소년들의 연애 감정을 그리면서 비극보다는 낭만을, 코미디보다는 감수성 짙은 드라마를 택했다. 영화 속 병원은 질병을 치료받는 일시적이고 삭막한 공간이 아니라, 그곳에서 매일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쉼 없이 부대끼는 삶의 거점이다. 자칫 현실과 유리돼 보일 수 있는 따뜻한 연대와 교감의 장면들이 원작 소설에 기반한 세밀한 묘사 덕분에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스텔라와 윌의 캐릭터를 스킨십을 하지 못해 안달난 혈기왕성한 10대로 축소하지 않고, 행복의 조건을 고민하는 성숙한 주체로 바라보는 시선도 사려깊다. 배우 출신인 저스틴 밸도니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북미에선 제작비 대비 3배 이상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지랄발광 17세> <콜럼버스>의 헤일리 루 리처드슨, TV시리즈 <프렌즈> 등에 아역으로 출연하며 눈도장을 찍은 콜 스프로스의 상반된 조합이 시종 기분 좋은 풋내를 풍기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