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들>은 박형식의 첫 상업영화다. 드라마와 뮤지컬에는 꽤 출연했지만 영화는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와 중편영화에 출연한 게 전부다.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활동하면서 뮤지컬,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박형식은 자신에게 온 기회를 곧잘 살렸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격” 덕이다. <배심원들>에서 박형식이 맡은 8번 배심원 권남우도 배심원으로서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한다. 유죄냐 무죄냐,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일에 신중하고 또 신중하다. 남우를 닮은 박형식, 박형식을 닮은 남우를 통해, 이제 영화계가 박형식이란 보석을 캐낼 때가 된 것 같다.
-<슈츠> <힘쎈여자 도봉순> <화랑> 등 TV드라마에서 주연급 역할을 맡았던데 비해 영화 경험은 거의 없다. <배심원들>이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배심원들’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문소리 선배님이 원톱이고 나는 8명의 배심원 중 1명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배심원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다 실력파 선배님들이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에서 영화를 찍을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지금도 문소리 선배님이 잘 이끌어주신다. 얼마 전에는 이런 얘길 해주시더라. 첫 영화라고 생각하니까 더 긴장하는 거라고. 본인도 첫 드라마 할 때 처음이라는 부담 때문에 자신을 많이 괴롭혔다고. 그런 말들이 큰 위로가 된다.
-같은 제국의 아이들 출신 임시완이 <원라인> <오빠생각>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등에 출연하며 배우의 길을 안정적으로 닦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부러우면서도 자랑스러웠다. “이 형, 우리 형이야.” 이런 느낌. (웃음) 형이 <불한당> 찍고 칸국제영화제에 갔을 땐 많이 부러웠다. 나도 좋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류준열 선배님이나 박서준 선배님이 영화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도 ‘와, 나도 저런 거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주변에선 너무 쉽게 물어본다. “영화는 안 찍어?” 내가 찍고 싶다고 찍을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이다. (웃음) 지금의 내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배심원들>의 시나리오를 읽고 느낌이 어땠나.
=배심원들끼리 주고받는 대사가 재밌었다. 좌충우돌하는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져서 계속 웃으며 읽었다. 관객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많이 간 작품이다. 감독님도 권남우 캐릭터에 애정이 크고 나 역시 내 첫 영화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초반엔 생각이 너무 많아 헤매기도 했다. 그래서 테이크를 27번이나 간 적도 있고. (웃음) 결국 힘 빼는 작업이 중요했다.
-대체 어떤 장면이기에 27번이나 다시 찍었나.
=대단히 어려운 장면도 아니다. 예고편에 나오는 장면인데 배심원으로 선정됐다는 얘기를 듣고 반응하는 장면이다. “예? 전 배심원이 우리나라에 있는 줄 처음 알았는데요.” 그 대사를 시작으로 남우의 이야기가 쭉 흘러가는 거라 톤을 잡는 게 중요했다. 10번쯤 엔지가 나니까 멘탈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혼란스러워하니까 문소리 선배님이 힘 풀고 하라고, 아직 촬영 초반이라 서로 톤을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위로해주셨다. 멘탈을 겨우겨우 부여잡고 27번까지 갔다. (웃음)
-남우는 개인회생이 시급한 28살의 청년 창업가이고, 신중하다고도 답답하다고도 볼 수 있는 배심원 캐릭터다.
=처음엔 남우가 답답한 것 같기도 하고 민폐를 끼치는 것 같기도 했다. 유죄인지 무죄인지 결정해야 하는데 “싫어요”라고 하니. 싫은 이유를 대야 하는데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남우는 순수하다. 순수하고 마음이 따뜻해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하게 접근하려고 했다. 감독님도 배심원들을 통해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보통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려 하신 것 같다. 배심원 한명 한명이 무척 개성 있고 재밌다. 나 역시 생각을 비우고 남우를 연기했더니 어느 순간 사람들이 다들 “남우 같아~” 그러더라.
-집에서도 막내, 아이돌 그룹에서도 막내, 8명의 배심원단 중에서도 막내인데, 막내로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성격이나 특징이 있다면.
=나를 착한 아이 증후군이 있는 사람으로 보는 분이 많은 것 같다.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를 지키는 것일 뿐 실제로는 장난기 많고 자기 일 열심히 하는 보통의 청년이다. 단지 ‘투 머치’ 긍정에 사랑이 넘치는 사람인 건 맞다. 가족한테 친한 사람들한테 자연스럽게 사랑한다 말하고 애정 표현을 한다.
-곧 군에 입대한다.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초반엔 구멍 병사 소리도 들었는데,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대에서 스나이퍼 박이라는 별명을 얻어서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이라 그곳에 지원했다. 사실 날짜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착잡하다. (웃음) 그래도 그곳에선 29살의 청년 박형식으로 지낼 수 있으니 머리를 비우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와서는 내가 하고 싶었던 영화를 더 많이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