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러브리스> 사랑 없는 사회
2019-04-17
글 : 장영엽 (편집장)

러시아 사회의 풍경과 러시아인들의 심상을 진중하고 예리한 필치로 조명해온 작가 감독, 안드레이 즈뱌긴체프의 신작. <러브리스>는 이혼을 앞둔 젊은 부부, 제냐(마리아나 스피바크)와 보리스(알렉세이 로진)의 갈등에서 시작된다. 각자의 연인과 함께 새롭게 출발하고 싶은 두 사람에게 12살짜리 아들 알로샤(마트베이 노비코프)는 장애물일 뿐이다. 부모가 자식의 양육을 맡지 않으려 심하게 말다툼하던 날 밤, 아이는 욕실에서 부모 사이에 오가는 말을 듣고 숨죽여 오열한다. 그리고 아이가 사라진다. 며칠째 아이가 실종된 줄도 모른 채 각자의 연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부부는 뒤늦게 알로샤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알로샤의 행방은 묘연하다.

제목이 암시하듯 영화는 사랑 없는 사회의 비정한 풍경을 응시하고 있다. 자기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만 충실한 사람들은 타인의 감정을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등장인물들이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건네는 “사랑한다”라는 말은 이 영화에서 감정 표현의 수단으로 동원될 뿐 결코 진심 어린 응답을 받지 못한다. 뉴스가 연일 전하는 끔찍한 소식들이 일상의 뒷배경으로 지나가는 동안, 작고 연약한 어떤 존재는 사회에서 모습을 감추고 뒤늦게 그를 찾아나선 이들은 소통의 단절과 내면의 황폐화를 거듭 확인할 뿐이다. 안드레이 즈뱌긴체프 감독은 이처럼 냉혹하고 쓸쓸한 러시아 사회의 모습을 끝없이 이어지는 밤의 이미지와 결부시켜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각자의 프레임 속에 격리된 채 어둠 속에 침잠해 있는 등장인물들의 고독한 실루엣, 눈 내리는 겨울날 실종된 아이를 찾아 어두운 숲을 헤매는 수색 대원들의 모습은 단조롭지만 정서적 여운이 짙다. 누군가가 끊임없이 고통받고 사라져가는 시대,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 채 살아가는 당신은 안녕한 것이냐고, <러브리스>는 묻는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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