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기억하지?” 테마파크에 놀러 갔다가 갱단의 총격으로 남편과 딸을 잃은 가정주부 라일리 노스(제니퍼 가너)의 복수극은 이 한마디로 시작된다. 뇌에 총상을 입었으나 기적적으로 깨어난 라일리는 당시 공격을 가한 조직원들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상태. 비겁한 경찰과 부패한 사법부가 라일리를 방치하는 사이, 그녀는 가족의 사망 5주기가 다가올 때까지 숨죽이며 처절한 단련을 거친다.
사건 발생 5년 이후로 점프하는 <아이 엠 마더>의 서사는 제니퍼 가너의 극적인 재등장을 알리면서 가장 재미있는 구간을 만들어낸다. 근육질로 몸을 바꾼 제니퍼 가너는 가격하고 들이받는 강한 타격감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배우가 작정하고 덤벼든 모양새다. ‘아이 엠 마더’라는 다소 낯 뜨거운 한국어 제목 또한 일면 영화의 상징적인 정체성을 가리키고 있다. 똑같은 공식을 지닌 액션 복수극에서 늘 피해자의 자리에 있던 여성(아내)이 이번엔 행위의 주체자로 나섰다는 점은 환영받아 마땅하다. 이 지독한 변신의 기저에는 플래시백을 통해 보여지는 오랜 워킹맘 생활의 근성이 자리하고 있음도 흥미롭다. <테이큰>(2008)에서 리암 니슨을 킬러의 아이콘으로 부상시켰던 피에르 모렐 감독의 신작으로, <테이큰>에 비교해 전반적으로 허술한 만듦새를 보여준다. 여성 액션영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과는 별개로 흥행작을 답습한 안일한 기획이라는 사실이 탄로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