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시작된 뷰티플 마인드 오케스트라는 장애인, 비장애인 친구들이 서로의 차이와 소리에 귀 기울이며 함께 연주하고 있다. 카메라는 악기 포지션별로 인물을 차례로 조명하며 가장 일상적인 예술인 음악이 어떻게 관계를 진화시키고 이 네트워크를 성장시키는지 보여준다. 클래식기타를 치는 심환은 상대에 따라 자신의 애칭을 달리하는데 이것이 그만의 개성이자 매력이다. 시각장애와 지체장애를 안고 있는 허지연은 자기 키보다 큰 더블베이스를 켜는데, 월등한 기억력으로 빠른 습득력을 자랑한다. 희귀망막질환을 가진 최연소 단원 김건호는 어려서부터 큰 대회에서 입상할 만큼 피아노에 특출한 재능이 있다. 서울예고 졸업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 입학한 첼로 영재 김민주, 작곡에 재능이 있지만 청각장애를 가진 탓에 절대음감을 요구하는 한국 입시와 맞지 않는 고민을 가진 이한의 이야기 등도 소개된다. 오케스트라 활동은 이들에게 개인적 도약과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지만, 다름에서 비롯된 개인 고유의 가치를 잔잔히 살피는 과정에서 정치적 의미로 확산된다. 보는 이의 눈물을 뽑아내야겠다는 강박도, 너무 낭만적으로만 소재에 접근하지도 않는 미덕을 보여주는 작품.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조감독을 거쳐 <꽃피는 봄이 오면> <순정만화> <더 펜션> 등을 연출한 고 류장하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 영화이자 유작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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