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미성년> 정이랑 - 반전 있어요
2019-04-18
글 : 임수연
사진 : 백종헌

<미성년>에는 별 대사 없이도 관객이 크게 웃기 시작하는 장면이 있는데(4월 1일 언론배급시사회 현장에서도 어김없이 그랬다.-편집자), 바로 미희(김소진)가 입원한 병원에서 마주치는 염혜란과 정이랑이 연기하는 모녀의 존재 자체다. 예상치 못한 닮은꼴 배우를 붙여놓은 김윤석 감독의 아이디어와 오지랖 넓은 캐릭터를 불편하지 않게 소화하는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에 웃으면서 감탄하게 된다. 이중 <SNL 코리아>에서 주로 얼굴을 알린 정이랑의 호연은 그동안 그가 해온 코미디 연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었음을 상기시킨다. 원체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라 개그맨으로 활동하던 당시에도 “무대 위와 아래의 모습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는 그는 앞으로 보여줄 얼굴이 훨씬 많은, 베테랑 신인배우다.

-염혜란 배우와 닮았다는 이유로 김윤석 감독이 직접 찾았다고 들었다.

=평상시에 염혜란 선배님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역시 (김윤석) 선배님 눈썰미가 대단하다. 길 가다가 사람들이 “연예인 맞죠? 드라마 <도깨비> 잘 봤어요”라고 말을 걸면 나도 갈 길이 있고 해명하다 보면 너무 길어질까 봐 그냥 지나가기도 했다. 나중에 염혜란 선배님을 직접 보고 나 역시 깜짝 놀랐다. 숨겨진 자매나 이모인 줄 알았다. (웃음)

-개그맨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만, 7살 무렵부터 TV에 나오는 배우가 되고 싶어 한 연기 전공자라고.

=초등학생 때도 친구들에게 사인해주고 “이게 언젠가 돈이 될지도 몰라” 하고 그랬다. 연기과로 진학해 연극 교육 자격증을 따고 대학원에도 갔다. 중학교 재량 활동 연극 교사로 일하다가 어느덧 나이를 먹어 탤런트 공채라도 준비하려고 했더니 그건 없어졌더라. 그때 박승대홀에서 시트콤 연기자를 모집한다기에 도전했다. 개그 연기도 연기니까. 자연스럽게 <웃음을 찾는 사람들>로 데뷔하고, 이후 MBC 개그맨 공채시험에도 합격했다. 그때도 연기에 대한 갈증이 계속 있었다.

-<SNL 코리아>를 보며 배우들의 연기에 감탄한 적이 많다. 어떻게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연기하나 싶고. (웃음)

=그것도 실시간으로 정해진 거다. 녹화 전날까지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캐릭터로 예정돼 있어서 계속 그를 모니터하고 카카오톡 친구까지 맺었는데 갑자기 홍준표 전 대표를 연기하라고…. 급하게 포인트 잡아서 연기하긴 했는데 다들 여자가 할아버지 연기를 하는 게 어이없어서 봐주신 게 아닐까 싶다. (웃음) <SNL 코리아>는 진중한 연기도 가미해야 하는 방송이다. 정극 연기와 코미디 연기의 중간에 있어서 공부가 많이 됐다.

-코믹한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나.

=요즘 그게 딜레마다. 내가 진짜 원하는 진정한 연기를 하고 싶어, 현실적인 연기를 하고 싶어, 어떻게 하면 내 과거 이미지를 떨쳐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럴 필요 있나 싶다. 뭐라도 나와 어울린다며 주어진 것을 하다 보면, 못해본 장르에서 못해본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도 언젠가 오지 않을까. 내가 지금 가릴 때냐 싶고.

-예정된 차기작은.

=없다. 오디션이라도 많이 보고 싶다. 오디션, 자신 있다. 보기만 하면 내가 덥석 물 수 있다. (웃음) 스릴러물인 <장산범>(2017)에서 염정아 선배님이 했던 역할이나 <미성년>에서 김소진님이 했던 연기도 너무 해보고 싶고, 멜로도 해보고 싶다. 그런데 그게 아니면 뭐 어떤가. 아줌마도 좋고 할머니도 좋고 남자도 좋다. 실제로 나이 차가 많이 나지 않는 누군가의 엄마 역할도 많이 했다. 수술하고 오라면 수술도 할 거다. 뭐라도 시켜주기 바란다. 백지 같은 배우도 좋지만, 나처럼 얼굴을 보자마자 뭔가가 떠오르는 배우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영화 2019 <나는 보리> 2019 <미성년> 2015 <헬머니> 2014 <하이힐> TV 2018 <톱스타 유백이> 2018 <대장금이 보고 있다> 2017 <보그맘> 2016 <매콤달콤> 2015 <라이더스: 내일을 잡아라> 2015 <당신을 주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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