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에서 날아온 놀라운 데뷔작 <하트스톤>은 작은 바닷가 마을을 쏘다니는 14살 소년 토르(발더 아이나르손)와 크리스티안(블라에 힌릭손)의 한때를 그린다. 여름은 마치 끝나지 않을 것처럼 시간을 늘어뜨리고, 두 소년은 2차 성징의 표식 앞에서 어쩔 줄 모르며 배회한다. 사회가 보편적인 남성성으로 지시하는 육체적 강인함이나 무심하고 터프한 성정 같은 것을 또래 아이들이 곧잘 따라 하는 동안, 토르와 크리스티안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움을 느낀다. 부둣가에서 잡아올린 물고기를 바닥에 놓고 발길질하던 친구들을 토르가 보다 못해 제지하는 오프닝 신이 상징적이다. 여자아이들과 연애하는 데 열을 올려보기도 하지만, 진실게임에서 장난 삼아 키스를 종용받은 두 소년은 끝내 서로의 흥분을 감지하고 만다. 소년들의 발칙하고 음흉한 장난인지, 진심 섞인 접촉인지 분간하기 힘든 감정의 오르내림이 영화를 팽팽하게 동여맨다. 미완성의 나이, 이제 막 자각하기 시작한 성적 지향과 정체성을 <하트스톤>은 충만한 감각적 경험으로 표현해냈다.
구두문두르 아르나르 구드문드손은 단편영화 <웨일 밸리>(2013)로 제66회 칸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서 특별언급상을 수상하며, 주목받는 신예로 떠오른 감독이다. <웨일 밸리> <아르툰>(2014)을 통해 아이슬란드의 자연경관과 성장담을 서정적으로 조화시킨 감독의 장기는 <하트스톤>에서 더욱 완숙해졌다. 모든 에너지가 성적인 관심사에 집중된 듯 한 성장기의 짧은 나날을 이미지와 소리를 통해 기민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감탄할 만하다. 갈등과 비극의 부피에 연연하지 않고,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는 소년들의 질주에 힘을 쏟는 태도 또한 더욱 자유롭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하트스톤>을 위해 발탁돼 처음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두 주연배우는 생애 첫 연기 경험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생생한 반응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