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더 캡틴> 공포와 거짓말이 불러온 역사의 비극
2019-04-24
글 : 김현수

공포와 거짓말이 불러온 역사의 비극. 독일군 장교의 도난당한 신분을 이용해 가짜 장교 행세를 하다가 포로수용소까지 흘러 들어가 포로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독일의 전쟁범죄자 윌리 헤롤트(막스 후바허)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1945년 4월, 전쟁이 이제 막 끝나가는 마지막 주에 젊은 병사 헤롤트는 탈영을 하다 걸려 총살당할 위기를 간신히 모면한다. 전쟁은 끝나가지만 후방 전선에서의 병사들 군기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온갖 약탈과 범죄를 일삼고 있던 상황. 낮에는 숲에서 쉬고 밤에는 농가에 몰래 숨어들어 먹을 걸 훔치다 걸리면 바로 즉결 처형되는 위기 속에서 헤롤트는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헤롤트가 가짜 장교 행세를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하는 바람에 독일군들은 깜빡 속아넘어가게 된다. 무엇에 홀린 듯 거짓말을 늘어놓던 그는 아예 독일군들을 불러모아 후방 지원을 위한 총통의 특별지시를 수행하는 헤롤트 기동부대를 만든다. 헤롤트는 전쟁의 비극과 독일군이 패망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참상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누군가에게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탈영병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하면서 그 광기는 한없이 질주한다. 절제된 흑백 화면 위로 깨질 듯 불안하게 흔들리는 헤롤트의 흰 눈동자가 더욱 새하얗게 빛나며 아이러니한 비주얼을 선사한다. 끝까지 위트를 잃지 않는 엔딩 크레딧 쿠키 영상을 놓치지 말고 챙겨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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