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서스페리아>를 보기 전 알아야 할 몇 가지 사실들
2019-04-24
글 : 장영엽 (편집장)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서스페리아>가 기대되는 이유

<아이 엠 러브>(2009),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의 루카 구아다니노가 돌아온다. 1970년대 컬트 호러영화의 고전을 리메이크한 작품을 들고. 5월 16일 국내 개봉 예정인 루카 구아다니노의 신작 <서스페리아>는 이탈리아 지알로 무비(강렬한 이미지와 자극적인 살인 장면을 특징으로 하는 이탈리아 공포영화 장르)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전작을 통해 꾸준히 고전영화에 대한 애정과 오마주를 표현해온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기에, 그가 다리오 아르젠토의 컬트 클래식을 어떻게 재해석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루카 구아다니노의 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테마인 욕망이 이번 영화에서는 어떻게 변주되었을지도 궁금하다. 개봉을 한달 앞두고, <서스페리아>를 보기 전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정보를 소개한다.

원작에 오마주를 바치면서도 명확하게 다른 지점이 있다.

<서스페리아>는 루카 구아다니노의 첫 호러영화다. 루카 구아다니노에게 <서스페리아> 연출은 낯선 도전이 아니라 오랜 소망이었다. 이탈리아 호러영화, 그중에서도 다리오 아르젠토의 열렬한 팬임을 고백해온 그는 2007년 <서스페리아>의 판권을 획득한 뒤 리메이크작을 영화화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여러 우여곡절 끝에 영화는 <아이 엠 러브>와 <비거 스플래쉬>(2015),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후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서스페리아>는 독일의 한 무용 아카데미를 찾은 소녀 수지(다코타 존슨)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이상한 사건들을 조명한다. 마담 블랑(틸다 스윈튼)에게 무용을 배우기 위해 수지가 미국에서 베를린으로 온 이후, 학교에서는 기이하고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수지의 주변 인물들이 하나둘씩 실종되고, 남겨진 일기장에는 마녀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다.

루카 구아다니노는 “완전히 새로운 리메이크작을 만들기보다는 원작에 대한 오마주의 의미가 더 큰 영화로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서스페리아>는 1977년의 오리지널 영화와 다양한 측면에서 차이를 두어 완성된 듯하다. 다수의 해외 매체들은 과감한 색채와 표현주의적인 미장센 등으로 시각적 자극을 극대화한 다리오 아르젠토의 원작과 달리, 구아다니노의 영화는 음울하고 차가우며 극중 배경인 1977년 당시 독일 사회의 폭력적인 풍경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다고 전했다. 원작에서 주인공 수지를 연기했던 제시카 하퍼는 구아다니노의 <서스페리아>에도 출연한다. 이 영화를 본 다리오 아르젠토의 소감은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내 영화는 잔혹했는데 이 영화는 부드럽군.”

모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강력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루카 구아다니노는 <서스페리아>가 ‘모성’에 대한 질문을 담은 영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재벌 가문의 대저택을 박차고 나와 자신의 길을 가는 <아이 엠 러브>의 주인공 엠마(틸다 스윈튼)처럼, 루카 구아다니노의 관심은 가정에 헌신적이며 순종적이고 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여성의 역할에 있지 않다.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생각보다 복합적인 층위의 결을 가질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다시 태어나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희생 제물로 삼는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통해 모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라고 구아다니노는 말한다. 자세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는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마담 블랑과 수지 사이의 관계를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모두의 선망의 대상인 마담 블랑은 수지의 꿈에서 끔찍한 악몽으로 변모할 예정이다. 더불어 이 영화에는 초자연적이며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누군가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가진, 미스터리한 세 여성은 이 작품에서 관객의 호기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자극한다.

라디오헤드의 보컬 톰 요크의 영화음악감독 데뷔작이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서스페리아>를 떠올리면 이탈리아 밴드 고블린의 파워풀하고 불균질적인 고딕록 사운드트랙이 함께 생각난다. 이와 마찬가지로 루카 구아다니노의 <서스페리아>를 보고 나면 이제 영국 인기 밴드 라디오헤드의 보컬 톰 요크가 작곡한 영화음악이 연상될 전망이다. 톰 요크의 영화음악감독 데뷔작인 <서스페리아> 사운드트랙에는 그가 만든 25곡이 수록됐다. 영화의 테마곡 <Suspirium>을 비롯해 영화 내의 연주곡들과 톰 요크의 보컬이 입혀진 <Unmade> <Has Ended> 등의 트랙이 포함된다. 앨범 소개에 따르면, 톰 요크는 <서스페리아>의 사운드트랙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는데, 1977년이라는 배경을 염두에 둔 크라우트록풍의 전자음악 작업과 피아노 발라드, 겹겹이 다중 녹음된 보컬과 멜로디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루카 구아다니노는 “우리의 목표는 불안하고도 변화무쌍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톰 요크보다 더 나은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틸다 스윈튼이 1인3역을 연기한다.

틸다 스윈튼은 루카 구아다니노의 오랜 협업자이자 절친한 동료다. <아이 엠 러브> <비거 스플래쉬>에 이어 <서스페리아>까지, 그는 구아다니노 영화의 최다 출연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영화에서 틸다 스윈튼은 1인3역을 연기한다. 무용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마담 블랑과 아카데미의 기이한 사건에 말려드는 정신분석학자 클렘퍼러 박사, 러츠 에버스도르프 교수(이 영화의 히든 캐릭터다)가 바로 그가 연기하는 세 가지 역할이다. <설국열차>의 메이슨 총리부터 <닥터 스트레인지>의 에인션트 원까지, 변화의 간극이 큰 인물들을 숱하게 맡아왔던 배우라는 점은 잘 알고 있지만 82살의 (남성) 노인, 클렘퍼러 박사로 분한 <서스페리아> 속 틸다 스윈튼의 모습은 다시 한번 관객에게 경이감을 준다. 루카 구아다니노는 “기묘한 무의식의 세계를 다루는 이 영화에 틸다 스윈튼은 최적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했다”며 “인간 본성의 세 가지 측면, 이드와 에고, 슈퍼에고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배우는 틸다 스윈튼뿐”이라는 캐스팅 비화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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