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왓칭> 이학주 - 선하고도 날카로운
2019-04-25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백종헌

지하 주차장에서 늘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던 경비원이 스토커로 돌변한다면? 김성기 감독의 <왓칭>은 폐쇄된 지하 주차장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여자와 CCTV를 통해 그의 행방을 쫓는 살인마 스토커의 대결을 다룬 영화다. 상대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며, 별다른 액션 없이 쫓기는 자의 숨통을 조이는 스토커로 분한 이는 영화 <협상>과 <뺑반>,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신인배우 이학주다. 그는 <검은 사제들>의 모티브가 된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의 보조사제 역으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선한 표정과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복합적인 매력의 이학주를 만났다.

-스릴러 장르로서 <왓칭>에 어떤 매력을 느꼈나.

=지하 주차장에 CCTV를 설치하는 건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나를 지켜줄 거라 생각했던 존재가 오히려 나를 감시하고 통제한다는 영화의 역발상적인 아이디어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준호라는 인물에 대한 첫인상은.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좋아하는 여자와 밥을 먹기 위해 그 여자를 기절시켜 자기 앞에 앉히는 인물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란 어려우니까. 감독님께서 영화보다 책을 참고해 인물을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하셨고, 그래서 프로파일러가 쓴 연쇄살인범에 대한 책들을 읽으며 준호라는 인물에 대한 나름의 논리를 만들어나갔다. 내 생각에 이 친구는 사랑이라는 걸 한번도 받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라는 걸 인정받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이마저도 비뚤어진 자기 합리화지만. 누군가에게 공감 능력이 제로인 사람이 영우(강예원)라는 여자에게 감정을 가지게 되면서 준호의 감정선이 복잡해진다.

-배우 강예원과는 <날, 보러와요>에서 정신병원에 갇힌 여자와 간호사 역할로 만났다. 다시금 호흡을 맞춘 소감은.

=<날, 보러와요>를 찍을 때 누나와 같은 소속사였다. 상업영화 현장이 생소하게 느껴졌던 때인데 너무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하면 된다며 다독여줬다. 예원 누나는 집중력이 정말 대단하다. <날, 보러와요>의 병원 탈출 장면에서도 느꼈지만, 이번 영화에서도 카메라 앞에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채로 감정 신을 찍는데 원 테이크에 끝내버리더라.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촬영 내내 스토커/살인마 역할에 몰입해 있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겠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촬영을 거듭할수록 몸의 밸런스가 무너져가더라. 잠이 잘 안 오고, 소화도 잘 안 됐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이유 없이 혓바닥을 씹고 있고. 나도 모르게 내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최대한 역할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배우 이전에 PD를 꿈꿨다고. 한양대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했을 당시에도 연출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좀 막연했다. 영화, 드라마 보는 걸 좋아하니 그걸 만드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했는데, 막상 학교에 들어와보니 창작자가 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고 적성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 전공 필수로 연기 수업을 들었는데 너무 재밌었다. 어느새 연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배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지난 1년간 영화 <협상> <뺑반> <왓칭>,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협상>에서는 정보를 전달하는 캐릭터로서의 역할을, 다른 작품들을 통해서는 캐릭터를 열심히 만들어나가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지난 1년간의 경험을 통해 얻은 건 촬영장에서 평정심을 찾는 법이다. 그동안 현장에 가서 ‘레디, 액션’ 소리를 들으면 긴장하고,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부담감 때문에 실수하게 되는, 신인으로서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2019년에는 조금 더 평정심을 가지고 연기에 임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많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개인적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석규 선배, <번지점프를 하다>의 이병헌 선배처럼 슬프면서도 여운이 남는 멜로영화에서 연기해보고 싶다.

영화 2019 <왓칭> 2018 <뺑반> 2018 <협상> 2017 <나를 기억해> 2016 <꿈의 제인> 2015 <가을 우체국> 2015 <날, 보러와요> 2015 <오 나의 귀신님> 2014 <무뢰한> 2014 <12번째 보조사제>(단편) TV 2018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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