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대투쟁이 고조되던 1987년 가을, 동성금속도 저항의 바람을 피해갈 수 없었다. 배식을 받던 한 노동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리가 일한 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소리 높여 외친다. 회사는 그를 식당에서 끌어내고, 간부는 “식사나 하시라”고 노동자들에게 말한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 동성금속 단조반은 막걸리를 마시며 새로 들어온 완익(임영구)을 환영한다. 한수는 미자와 결혼해 가난을 벗어나는 게 꿈이고, 재필은 귀신 잡는 해병대를 나왔고, 동엽은 산업재해로 손가락을 잘렸으며, 재만은 술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불합리한 처우를 견디지 못해 노동조합을 결성하려고 한다. 일찌감치 이런 움직임을 감지한 회사는 한수를 포섭해 회사 편에 서게 한다.
30년 가까이 지난 이야기지만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콜트, 콜텍 사태 등 지금 벌어지고 있는 풍경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 놀랍다. 노동자의 안전도, 인권도 회사의 관심 밖이다. 노동자는 오로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파업전야>는 살아온 환경도, 처한 상황도 조금씩 다른 동성금속 노동자들이 몽키스패너, 쇠파이프, 렌치를 들고 일어나 저항의 목소리를 내기까지 과정을 겹겹이 쌓아올린다. 장산곶매가 노동절 101주년을 기념해 만든 이 영화는 1990년대 당시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으며, 대학가를 중심으로 상영 투쟁을 벌였다. 한국영상자료원이 4K 디지털로 리마스터링해 30년 만에 극장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