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의 신'이라 불리는 배우, 신하균의 이모저모
2019-05-08
글 : 심미성 (온라인뉴스2팀 기자)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 없이는 못 사는 형제. 신하균과 이광수가 그리는 특별한 우정, <나의 특별한 형제>가 개봉했다. 신하균의 작품 선택 기준은, 데뷔 이래 줄곧 '안 해본 것'이었다. 장애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에 끌려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하는 배우 신하균의 이모저모를 정리했다.

<기막힌 사내들>

데뷔작 <기막힌 사내들>

서울예대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신하균의 데뷔작은 1998년 <기막힌 사내들>. 이는 신하균뿐만 아니라 장진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데, 영화 제목처럼 기막힌 캐릭터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코미디였다. 이른바 장진 표 코미디의 출사표였던 이 작품에서 신하균이 맡은 캐릭터는 방화범 김추락 역. 일산의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방화를 저지른 남자였다. 독특한 배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그는 장진 감독의 바로 다음 작품 <간첩 리철진>에서 일진 고등학생 우열 역을 맡은 이후, 570만 관객을 모은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를 만난다.

<공동경비구역 JSA>

<공동경비구역 JSA>로 주목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남/북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공동경비구역 JSA>는 거장 박찬욱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첫 번째 출세작이었다. 당시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신인 신하균은 북측 인민군사 정우진 역할로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등 기라성 같은 명배우들과의 호연으로 주목받았다. 그해 청룡영화상의 남우조연상 수상을 비롯해, 각종 국내 영화 시상식에서 올해의 신인으로 손꼽히며 이름을 알렸다.

<지구를 지켜라!>

희대의 캐릭터 <지구를 지켜라!>

이어진 신하균의 작품 활동은 독특했다. 대작과 독립영화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는 사실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그가 선택한 배역들은 한마디로 ‘똘끼충만한’ 캐릭터들이었다. 가장 먼저 소개돼야 할 작품인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는 신하균의 연기 이력에서 독보적이다. 외계인의 지구 침공으로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병구(신하균). 그가 외계인으로 점 찍은 유제화학의 사장 강만식(백윤식)을 납치 감금한다. 이때 병구가 만식에게 가하는 엽기적인 고문 행각을 비롯해 <지구를 지켜라!> 전반에 깔린 B급 코미디의 정서는, 대중들을 고루 만족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소수의 열광을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당시 7만 관객이라는 소소한 흥행 성적을 이루기는 했지만, 시간이 흘러 재평가된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국내 B급 컬트의 전설적인 작품으로 회자되고 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털>, <더 게임>, <예의없는 것들>

독특한 캐릭터 탐색

장준환 감독과는 이듬해 단편 <털>로 한차례 더 만났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털>은, 가슴 털이 없어 짝사랑하는 여자의 관심을 못 받는다 생각하는 운도(신하균)의 병적인 털 집착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또, 박철희 감독의 <예의없는 것들>은 신하균을 말이 없는 킬러로 만들었다. 사뭇 진지한 결의 느와르 영화처럼 보이지만 말이 없는 킬러가 된 이유는 황당하다. 혀 짧은 소리 내며 쪽팔리게 살 바에야 차라리 말없이 살겠다고 결심한 그. 혀 수술에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킬러가 된다. 대사 대신 상황과 연기만으로 코미디를 표현하는 실험이 돋보이던 작품. 그 밖에 뇌 이식으로 몸을 바꾼다는 독특한 소재의 만화 <체인지>를 각색한 <더 게임>에서는 대배우 변희봉과의 투 톱 주연으로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KBS2 <연예가중계> 인터뷰 중

인터뷰의 신(神)

이렇게 다채로운 캐릭터 연기가 무색하게도, 신하균의 실제 성격은 굉장히 내성적이다. 그가 연기자의 기질을 타고났다면, 반대로 엔터테이너의 기질은 타고나지 못했다. “평소에도 말수가 적고 재미없다”고 자평하는 신하균이지만, 칭찬을 듣고 당황한 미소밖에 짓지 못하는 그를 보면 얼마나 수줍음이 많고 꾸밈없는 성격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와 인터뷰를 시도했던 많은 인터뷰어들이 분량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애쓰느라 진땀 뺀 일화는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간결한 대답이 가끔 독특한 유머가 된 경우도 더러 있었다.

KBS2 <연예가중계>에서 “다시 태어난다면?”이라는 질문에 “좋겠다”라는 대답을 들려준 인터뷰는 최고의 단호박 인터뷰로 화제가 됐다. 또, 같은 프로그램의 게릴라 데이트 코너에서 “나에게 마흔한 살이란?”의 질문에 “작년”이라는 대답을, 두 번째 질문으로 “나에게 마흔둘이란?”의 질문에 “올해?”라는 대답을, 세 번째 질문으로 “나에게 마흔셋이란?”의 질문에 “내년!”이라는 대답을 들려줬다. 최근 신하균은 <나의 특별한 형제> 개봉 기념으로 진행한 V라이브에서 다시 한 번 궁극의 인터뷰를 남겼다. “’나특형’으로 삼행시를 해 달라”고 그에게 주문하자, “나: 나의, 특: 특별한, 형: 형제들”이라고 답변했다.

<복수는 나의 것>(위) / <박수칠 때 떠나라>(아래)

박찬욱, 그리고 장진

그의 이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감독이 있다. 박찬욱과 장진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로 호흡을 맞춘 박찬욱 감독과는 <복수는 나의 것>에서 초록 머리를 한 청각 장애인 류 역을, <박쥐>에서는 태주의 마마보이 남편 강우 역으로 변함없는 케미스트리를 자랑했다. 데뷔작을 함께한 장진 감독과는 더 많은 협업을 했다.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 <박수칠 때 떠나라>로 네 편의 작품을 함께했다.

<극한직업>

상복 없는 배우

신하균의 표정과 눈빛으로 거친 다양한 캐릭터들은 그의 연기를 믿고 본다는 찬사를 안겨 주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유난히 상복이 없는 배우로도 알려져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지구를 지켜라>로 품에 안은 남우조연상/남우주연상을 제외하고는 모두 후보에 그쳤다. 하지만 상과 인연이 없다 한들 어떤가. <바람 바람 바람>에서 <극한직업>으로 이어진 이병헌 감독과의 협업은 데뷔 20년을 넘긴 신하균의 새로운 가능성인지도 모른다. 특히 천만 신화의 주인공 <극한직업>에서 조직의 보스 캐릭터 이무배를 만나, 잊을 수 없는 악역 연기를 선사했다.

신하균의 취향

“혼자서 뭘 하는 걸 좋아한다”는 스스로의 언급대로 신하균은 취미 부자다. 알려진 건 그가 프라모델 조립과 스플래터 영화(유혈이 낭자한 고어영화의 한 갈래)를 즐긴다는 점.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스킨스쿠버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많은 인터뷰를 통해 밝혀진 그에 관한 사실들은 신하균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그는 2G 휴대폰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금연하기 전까지 도라지 연 담배를 피웠고, 막걸리를 사랑하는 애묘인이라고 한다. 라디오에 출연해 어김없는 낯가림으로 오디오를 애타게 만들었던 신하균은, 직접 장덕의 ‘너나 좋아해 나너 좋아해’를 선곡해 흡족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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