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로지> 거처를 찾아 전전하는 젊은 엄마 로지
2019-05-15
글 : 김소미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임대주택에서 쫓겨난 뒤 네명의 아이들과 거처를 찾아 전전하는 젊은 엄마 로지(사라 그린)가 나온다. 새집을 구해 보려 했지만 부동산이 급등한 탓에 졸지에 길거리로 내몰린 상황. 로지는 하룻밤이라도 묵을 수 있는 숙소를 찾기 위해 절박하게 전화를 돌린다. <로지>의 수난기가 통렬하게 피부에 와닿는 이유는 인물들의 ‘홈리스’ 상황이 경제 붕괴로 인한 사회적 재난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로지와 그의 파트너 존(모 던퍼드)은 건강하고 성실한 사람들이며, 가족은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서로를 무척이나 아낀다. 한마디로 <로지>는 개인이 해결하기 힘든 가난의 작은 불씨가 일순간 삶을 덮쳐버린 현장이다.

차가운 겨울, 복지 시스템의 사각지대 아래 좌절하는 로지를 보면서 함께 분노하지 않기란 어렵다. 다르덴 형제의 <로제타>(1999)의 미래를,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의 배다른 남매를 보는 것만 같다. 특히 아일랜드 배우 사라 그린이 연기한 로지는 훌륭한 캐릭터 플레이의 교본을 보여준다. 그는 매우 처절하게 현실에 매달리면서도, 타자의 연민이나 호의를 거절한 채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려 한다. 아이들에게서 냄새가 나 주변의 놀림거리가 된다는 교장의 말을 들은 로지가, 분개하는 동시에 억장이 무너지듯 눈물을 터뜨리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영화 전체가 견디기 힘든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 더블린 출신의 극작가 로디 도일이 시나리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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