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어린 의뢰인> “제가 동생을 죽였어요”
2019-05-22
글 : 이주현

로펌 면접장. 면접관은 키티 제노비스 사건을 제시하며 살인의 목격자들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지 묻는다. 지원자 모두 유죄라 말할 때 정엽(이동휘)은 무죄라 답한다. 제노비스 사건은, 1964년 미국 뉴욕 주택가에서 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살해당할 때 살인 현장을 30분 넘게 목격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사람이 다수였다는 것이 알려져 충격을 준 사건이다. 키티 제노비스 신드롬(방관자 효과)을 환기시키며 시작하는 <어린 의뢰인>은 방치되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대형 로펌에 취직해 성공하는 게 꿈인 변호사 정엽은 마지못해 아동복지관에서 일하다 10살 다빈(최명빈)과 7살 민준(이주원) 남매를 알게 된다. 새엄마 지숙(유선)에겐 구타당하던 다빈은 정엽에게 기댄다. 하지만 서울의 대형 로펌에 취직한 정엽은 남매와의 약속을 잊고, 그사이 민준은 사망한다. 지숙의 학대로 벌어진 일이 분명하지만, 다빈은 자신이 동생을 죽였다고 자백한다. <어린 의뢰인>은 2013년 칠곡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통과에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던 만큼, 영화는 아동학대 범죄를 처벌하는 과정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 아동학대를 방관한 어른들의 책임은 어떻게 물을 수 있는지 문제제기한다. 학대 장면의 묘사가 불필요하게 자극적인 건 아쉽다. <선생 김봉두> <나는 왕이로소이다> 등을 만든 장규성 감독이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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