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들>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 실화를 모티브로 한 법정 드라마 <배심원들>. 성별도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인 여덟 명의 보통 사람들이 배심원단으로 뭉쳤다. 취준생, 창업청년부터 전업주부, 대기업 비서실장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매력적으로 연기한 배우들. 그들이 맡았던 대표적인 캐릭터를 짚어봤다.
1번 배심원
: 늦깎이 법대생 '윤그림'
<배심원들>
법대생이라고 하면 어딘가 똑 부러지고 냉철한 공부벌레를 예상했겠지만, 1번 배심원의 분위기는 다르다. 왠지 자신감 없는 말투에 유순한 성품. 하지만 그 와중에도 생애 첫 재판에 임하는 법학도의 진지한 열정이 엿보이는 캐릭터다.
배우 백수장
미쓰백ㅣ아동 학대 아빠 김일곤 역
<미쓰백>
<박열>, <창궐>, <얼굴들> 등 크고 작은 영화에서 눈에 띄는 조연으로 이력을 다져온 백수장. 그를 제대로 각인시킨 작품은 <미쓰백>이다. <미쓰백>에서 그의 악역 연기는 1번 배심원 윤그림과 동일인물이라는 점을 믿을 수 없게 만든다. 학대 아동의 아픔을 다룬 이 영화에서 게임에 빠져 자신의 아이를 방치하는 것도 모자라 폭력까지 휘두르는 아빠 김일곤 역을 맡았다. 피폐한 몰골에 초점을 잃은 눈. 납득하기 힘든 캐릭터의 무책임한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해 관객들의 증오를 한 몸에 받았다. 올해는 백수장을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로도 만나볼 수 있겠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시나리오를 쓴 김정우의 첫 연출작으로 정우, 김대명, 박병은 등 개성있는 배우들과 함께 합을 맞췄다.
2번 배심원
: 요양보호사 '양춘옥'
<배심원들>
2번 배심원 양춘옥은 배심원들 중 고령자에 속하지만 섣부른 판단보다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말하는 캐릭터다. 그녀의 유연한 생각과 표용력은 오합지졸처럼 보였던 배심원단의 무게중심을 은근하게 잡아 나간다.
배우 김미경
밀양ㅣ양장점 '로망스' 주인 역
<밀양>
김미경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자연스러움은 오랜 연극 경험으로 쌓은 내공의 소산이다. 부산에서 꽤 유명한 연극 배우인 그녀의 별명은 '부산의 박정자'. 말투에 밴 은근한 부산 사투리 역시 억지스럽지 않은 연기를 구사하는 그녀의 시그니처가 됐다. 영화 속 김미경은 실제로 꼭 어딘가 있을 법한 인상적인 단역들을 맡아 왔다. 그녀의 첫 영화는 이창동의 <밀양>. 양장점 '로망스'의 주인으로 출연한 김미경은 "장사가 안 되면 어두운 인테리어를 바꿔 보라"는 신애(전도연)의 말에 매서운 눈빛을 쏜다. 미용실에서 동네 아줌마들과 신애를 험담하는 장면까지, 현실을 그대로 담아온 듯한 리얼리티가 김미경의 주무기다.
3번 배심원
: 무명배우 '조진식'
<배심원들>
동네 한량처럼 기웃거리며 재판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3번 배심원. 재판이야 어떻게든 대충 결론날 것이라 생각하며 제대로 몰입하지 않는 캐릭터다. 대신 일당을 얼마 주는지에 더 관심이 있다.
배우 윤경호
완벽한 타인ㅣ다혈질 백수 영배 역
<완벽한 타인>
근래 배우 윤경호는 꽤 바빴다. <너의 결혼식>에서는 경찰서 형사로, <내안의 그놈>에서는 양사장으로, <말모이>에서는 안경점 사장으로, <사바하>에서는 축사 주인으로 관객을 찾았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아무래도 <완벽한 타인>의 영배. 저녁 식사 시간, 각자의 휴대폰 사정을 속속들이 공유하는 게임으로 벌어진 난감한 코미디 <완벽한 타인>에서 영배라는 캐릭터가 준 임팩트는 상당했다. 친구의 위기를 모면해주려다 도리어 자신의 동성애가 까발려지고 만 영배. 우리 안에 잠재된 편견을 들추며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들었던 캐릭터다.
4번 배심원
: 전업주부 '변상미'
<배심원들>
4번 배심원 변상미는 전업주부의 비애를 보여주는 동시에 논란될 만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 입체적인 캐릭터. 딸에게는 엄마 역할을, 남편에겐 아내 역할을 해야하는 변상미가 재판을 빨리 끝내고 싶어 안달난 심정도 이해는 간다.
배우 서정연
태양의 후예ㅣ응급실 간호팀장 하자애 역
<태양의 후예>
전업주부 변상미를 연기한 배우 서정연도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다. <배심원들>로 스크린을 찾은 그녀는 지금도 사회를 향해 장애와 성, 죽음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연극 <킬 미 나우>로 무대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지금 극장에 걸린 <어린 의뢰인>(5월 22일 개봉)에서는 변호사로 변신한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연극,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쌓고 있는 배우 서정연. 많은 이들은 그녀를 <태양의 후예>에서 응급실 간호팀장 하자애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마케팅 부장 정영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5번 배심원
: 대기업 비서실장 '최영재'
<배심원들>
의문을 제기하는 8번 배심원과 끊임없이 대치하는 5번 배심원 최영재. 대기업 직원답게 냉철하게, 논리적인 접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저 회사 일에 시달린 남자의 히스테리에 가깝다.
배우 조한철
신과함께-인과 연ㅣ판관1 역
<신과함께-인과 연>
<배심원들>의 가장 이성적인 캐릭터이면서, 누구보다 감정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쉴 새 없이 분노를 터뜨리는 최영재 역의 조한철 배우는 안경을 쓴 모습 때문인지 연구원, 교수, 의사, 변호사 같은 스마트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숱한 출연작들 가운데 가장 많은 관람객을 동원한 그의 영화를 꼽자면 단연 <신과함께-인과 연>이다. 전편 <신과함께-죄와 벌>에서 판관1을 담당했던 배우 오달수가 성추행 물의로 하차했고, 그 공백을 조한철이 메웠다. 배우 임원희와 함께 판관 역할을 소화하며 <신과함께> 시리즈의 잊을 수 없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6번 배심원
: 현재 무직 '장기백'
<배심원들>
6번 배심원의 과거가 범상치 않다. 지난 30년간 시체 만지는 일을 했던 장기백은 배심원들에게 중요한 키를 던지고 사라진다. 짧은 시간 임팩트를 줘야할 이 역할은 베테랑 배우 김홍파의 몫이었다.
배우 김홍파
공작ㅣ북한 대외경제위 부장 김명수 역
<공작>
김홍파는 주로 범죄·누아르 장르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왔다. <신세계>의 김이사, <내부자들>의 오회장, <마약왕>의 백교수. 배역 이름만 들어도 감 오지 않나. 명품 조연으로 활약해 온 배우 김홍파는 최근 어떤 작품에서 기록할만한 명대사를 남겼다. 실존했던 북파공작원 흑금성의 이야기 <공작>에서 김홍파는 북측의 대외경제위 부장 김명수를 연기했다. "아니 이거 롤락스 아닙니까! 아이 빤짝거리는거이 누추한 바닥에!" 흑금성 황정민이 떨어뜨린 선물 상자에 담긴 롤렉스 시계를 보고 외치는 김홍파의 대사다. 제법 진중한 톤으로 흘러가는 <공작>에 웃음 폭탄을 선사한 귀한 장면이었다.
7번 배심원
: 취준생 '오수정'
<배심원들>
순진해 보이는 앳된 말투에 속아선 안 된다. 취준생 오수정은 갑갑한 의견 도출 과정 속에서 사이다 같은 대사를 들려주는 고마운 캐릭터. 7번 배심원이 없었더라면 이야기는 또 어떤 방향으로 전개됐을지 모른다.
배우 조수향
소공녀ㅣ도우미 고용인 민지 역
<소공녀>
조수향은 일찍이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던 스타 중 한 명이다. 광복 70주년 TV영화 <눈길>로 데뷔한 그녀는 박석영 감독의 꽃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 <들꽃>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작품으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타기도 했다. 지난 해 흥미로운 설정과 완성도로 청년들의 공감을 이끈 영화 <소공녀>에서 조수향을 만날 수 있다. 조수향은 가사도우미 아르바이트를하는 미소(이솜)의 고용인 민지로 출연했다. 민지는 번듯한 오피스텔에 살지만 업소 여성으로 살고 있다. "언니 정말 유니크해"라며 미소에게 보내는 극중 민지의 대사. 민지와 미소는 서로를 연민이나 편견 없이 바라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상대였다.
8번 배심원
: 청년 창업가 '권남우'
<배심원들>
<배심원들>의 핵심 캐릭터인 8번 배심원. 최종적인 평결을 내리기 전까지 8번 배심원 권남우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 또 고민한다. 포기를 모르는 청년 사업가라는 캐릭터 설정은 극을 이끌어 가는 8번 배심원의 집념을 대변한다.
배우 박형식
힘쎈여자 도봉순ㅣ게임 업체 CEO 안민혁 역
<힘쏀여자 도봉순>
박형식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아이돌 출신 배우 가운데서도 꽤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는 배우다. 주로 영화보다는 드라마에서 활약해 왔다. <나인: 아홉번의 시간여행>, <상속자들>, <가족끼리 왜 이래> 등 화제의 드라마를 거쳐 최근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대기업 그룹의 혼외자 아들이자 자수성가한 게임 업체 CEO 안민혁. 초인적인 힘을 가진 여자 도봉순(박보영)과 사랑에 빠지는 캐릭터로 드라마 속 고정적인 성역할의 개념을 상당 부분 극복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