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역사적인 순간! 황금종려상의 주인공 봉준호 감독을 돌아보다
2019-05-27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봉준호 감독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역사적인 순간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름을 호명 받은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은 큰 영화적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수상식 이후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다. 칸영화제가 한국 영화계에 큰 선물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이창동 감독의 <시> 등이 칸영화제 경쟁부분에 진출해 수상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최고상이라는 점에서 이번 수상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한국 영화사에 기록될 영광스러운 순간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 현시점에서 필모그래피를 중심으로 지금껏 그가 걸어왔던 길을 돌아봤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청년

봉준호 감독은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그래픽디자이너 봉상균이며, 외할아버지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박태원이다. 그 영향일까. 그는 12살 무렵부터 영화감독을 꿈을 키웠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 진학한 후에는 친구들과 영화 동아리 ‘노란문’을 만들었고, 그의 첫 단편영화 <백색인>을 연출했다. 18분가량의 짧은 영화지만 ‘화이트칼라’ 사회인의 양면성을 그리며 그의 작품세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한 비판의식을 담아냈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가 본견적으로 영화를 공부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연출한 단편영화 <지리멸렬>, <프레임 속의 기억들>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홍콩국제영화제 등에서 초청받으며 실력을 증명했다. 이후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7가지 이유>, <모텔 선인장> 등의 각본을 쓰며 충무로에 입성했다.

<백색인>

<플란다스의 개>로 주목, <살인의 추억>으로 스타덤

<플란다스의 개>

2000년에는 <플란다스의 개>를 통해 첫 장편 데뷔를 했다. 배두나의 초창기 작품이기도 한 <플란다스의 개>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소음의 원인이 되는 ‘개’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 속에서 쇠퇴하는, 혹은 나아가는 여러 세대의 모습을 그리며 한국 사회의 내면을 포착했다.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씁쓸한 블랙코미디다. <플란다스의 개>는 대중적이지 않은 코드로 흥행에서는 실패를 맛봤지만 뭔헨국제영화제 등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평단과 흥행 모두를 잡은 영화가 <살인의 추억>.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형사의 이야기로 특유의 코미디 요소, 사회 풍자 등이 그대로 담겼다.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인 송강호와 처음 호흡을 맞춘 영화다. 한국 스릴러 영화, 형사물 하면 빠지지 않고 회자되는 명작으로, 봉준호 감독이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시점이다.

<살인의 추억>

거장의 타이틀

<괴물>

2006년에는 네 번째 천만 돌파 한국 영화 <괴물>을 선보였다. 앞서 말한 <살인의 추억> 역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지만 <괴물>은 거기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고 할 수 있다. 그간 접하기 힘들었던 ‘괴수’를 소재로 오락성, 메시지 등을 적절히 배합했다.(아직까지 국내 괴수영화 중 <괴물>을 넘는 작품이 없다는 것이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 거기에 기묘한 느낌을 극대화한 이병우 음악감독의 OST, 배우들의 찰진 생활 연기 등이 합쳐져 찬사를 받았다. 30대 중반의 봉준호 감독은 <괴물>을 통해 한국 영화계를 책임질 감독으로 자리매김하며 ‘거장’의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조금 색다르다.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으며, 앞서 언급한 여러 요소들이 그대로 등장하기는 했지만 봉준호 감독이 톤을 한층 어둡게 만든 영화가 <마더>다. <마더>는 약 29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면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지금껏 한국영화가 그려왔던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를 과감히 부수며 무시무시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그 결과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여러 영화제에서 20개가 넘는 트로피를 거머줬다. 김혜자의 소름 돋는 연기는 뇌리에서 쉽사리 잊히지 않았을 것. 마지막 ‘관광버스 신’ 등 홍경표촬영 감독의 손을 빌린 여러 명장면도 마찬가지다.

<마더>

세계 무대로 확장

<설국열차>

<스토커>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던 박찬욱 감독처럼 봉준호 감독 역시 그 재능을 국내로 국한시키지 않았다. 2013년에는 <괴물>의 주역이었던 송강호, 고아성이 그대로 합류, 거기에 ‘천의 얼굴’ 틸다 스윈튼,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 등의 해외 배우들과 함께한 <설국열차>를 제작했다. 프랑스의 유명 만화를 원작(다만 설정만 가져왔으며 스토리는 연관성이 없다)으로 빙하기가 도래한 미래, 인류의 마지막 거처인 ‘설국열차’에서 벌어지는 계급 간의 다툼을 그렸다. 약 400억 원의 거대한 제작비가 투자됐으며 이에 걸맞은 CG, 스펙터클 등을 볼 수 있었다. 여타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기대할 만큼의 월드와이드 흥행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국내에서는 약 900만 관객을 동원, 해외 평단으로부터도 호평을 받았다.

이후 플랫폼 확장을 시도한 작품이 넷플릭스 제작의 <옥자>. ‘육식’을 소재로 인간의 욕망과 이를 당연시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을 밝은 분위기로 담아낸 작품이다. <옥자>는 칸영화제 경쟁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을 하지는 못했다. 대신 넷플릭스 영화가 칸에 입성했다는 자체로 의의를 가졌다. 동시에 페드로 알모도바르 심사위원장의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는 영화는 황금종려상에 적절하지 않다”는 발언 등으로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옥자>

<기생충>

<기생충>

이 모든 영화들을 거쳐, 봉준호 감독의 ‘정점’을 찍은 <기생충>. 아직 구체적인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터라 더욱 궁금증을 자극한다. 간략한 줄거리는 빈곤층 가정의 기태(최우식)가 문서를 위조해 상류층 가정의 고액과외 면접을 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공개된 예고편에는 코믹한 톤과 마치 호러영화를 연상케하는 분위가 모두 엿보였다. 즉 ‘장르의 변주’가 일어난다는 것.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을 접한 미국 매체 <인디와이어>는 “봉준호 자체가 장르가 됐다”고 전했으며, 이외 여러 외신들도 코미디, 드라마, 스릴러 등 여러 장르 변주에 대해 이야기했다. 1차 예고편 마지막에는 인디언 모자를 쓴 송강호의 얼굴까지. 도저히 예상이 가지 않는 영화다. 지금으로서는 칸영화제에서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만큼, 믿고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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