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스 드레젠 감독의 <군더만>이 5월에 열린 독일영화상에서 감독상, 작품상 등 주요 6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에 대해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군더만>의 성공은 베를린장벽 붕괴 30년 후 독일의 정치적 분위기를 나타낸다”고 썼다.
80년대 동독 시절 인기를 누렸던 가수 게하르트 군더만은 흥미로운 인물이다. 싱어송라이터이지만, 평생 3교대 갈탄 굴착기 운전사 일도 놓지 않았다. 그는 노동자로서의 일상을 토대로 당대 동독인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 가사를 만들어내고, 인기와 성공도 누렸다. 게다가 소신 있는 사회주의자로서 기존 권력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해, 동독 공산당에서 탈당당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90년 통독 이후 슈타지 협력 밀고자였음이 드러난다. 이것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다. <군더만>은 동독인의 아킬레스건인 슈타지 문제를 둘러싼 인간 심리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한편 이 영화는 공연 장면에도 많은 공을 들인 음악영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주인공이 슈타지와 협력했던 기간 동안의 연애 에피소드도 영화의 다른 한 줄기를 구성한다. 당시 다른 남자의 부인이던 코니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는 기간은 놀랍게도 그가 슈타지와 협력했던 기간과 일치한다. 그 후 세월이 흐르며 군더만은 슈타지 협력 사실을 기억에서 지우려 하지만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군더만으로 분한 알렉산더 셔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동독에 관한 가장 객관적이고 가장 훌륭한 영화”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