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보희(안지호)와 아빠,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녹양(김주아)은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단짝 친구다. 어느 날, 보희는 엄마가 낯선 남자와 있는 모습을 보게 되고 집을 나가겠다고 결심한다. 우여곡절 끝에 어릴 적 만난 누나 남희의 집을 찾아간 보희. 남희의 남자친구 성욱(서현우)을 통해 이복누나라고 생각했던 남희는 사촌 누나였고, 어린 시절 사고로 죽은 줄만 알았던 아빠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빠를 찾아나서는 보희의 걸음에 카메라를 든 녹양이 동행하고, 예정에 없던 여러 만남을 통해 두 사람의 여정에 소소한 웃음과 따뜻함이 깃든다. 아빠가 떠난 보희, 엄마 없이 자란 녹양, 남편과 헤어진 보희의 엄마, 어릴 때 부모를 잃은 남희, 고아로 보육원에서 생활한 성욱.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데, 각자가 가진 빈자리를 채워주는 서로를 만나면서 조금씩 성장해간다.
<보희와 녹양>이라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보희’와 ‘녹양’은 영화를 끌어가는 두 인물의 이름이다. 보희를 왜소한 체격에 섬세하고 눈물이 많은 남자 중학생으로, 녹양을 당차고 매사에 적극적인 여자 중학생으로 설정하며, 성별에 대한 일반적인 고정관념을 뒤집어버리는데 이는 곧 영화의 주된 장치가 된다. 안주영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을 바탕으로, 보희와 녹양 역의 배우 안지호, 김주아의 연기력과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단연 돋보인다. 제14회 미쟝센단편영화제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단편 <옆 구르기>(2014)를 연출한 안주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영화제작연구과정에 선정된 작품으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KTH상,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배우 안지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