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년 역사.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무수히 만들어져왔다. 흥미로운 건 이들 작품이 제작 당시의 정세와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이데올로기 문제로 그린 작품도, 스파이 장르물 안에서의 대결 구도를 다룬 작품도 적지 않다. <우리 지금 만나>는 통일부가 제작에 참여하면서, 지난해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변화하는 한반도의 정세에 주목한다. 이념이나 대립보다는 ‘소통’과 ‘관계’가 앞선다.
김서윤 감독의 <기사선생>은 개성공단으로 식자재를 배달하는 남한 남자 성민(배유람)과 북한의 식당 직원 숙희(윤혜리)의 연애 감정을 그린 멜로영화다. 출입증 없이는 통과하지 못하는 긴장관계 속에서도 풋풋한 사랑의 감정은 어쩔 줄 모르고 새어나온다. 강이관 감독의 <우리 잘 살 수 있을까?>는 결혼을 2주 앞둔 커플의 다툼과 화해를 두 남녀의 춤으로 풀어낸 댄스영화다. <여보세요>는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보살피던 미혼 여성 정은(이정은)이 어느 날 북한 여성으로부터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드라마다. 보이스피싱 사기라든지 국가보안법에 걸릴 위험 전화라고 치부하던 갈등의 단계를 극복하고 두 여성이 소통하는 과정, 그리고 그 가운데 실향민 어머니의 사연이 더해지며 드라마틱한 울림을 선사한다. 이정은, 이상희 두 배우의 인상적인 연기를 바탕으로, 기존 남북관계에 있어 남성간의 휴먼 드라마가 아닌 여성과 여성의 소통에서 오는 신선함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