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에포크 시대(19세기 후반~20세기 초)의 파리. 카나키인과 프랑스인의 피가 흐르는 소녀 딜릴리(프루넬 샤를 암브롱)는 배달부 소년 오렐(엔조 라티토)을 만나 파리 구경에 나선다. 그 시기 파리에선 여자아이들이 납치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딜릴리와 오렐은 마리 퀴리, 피카소, 마티스, 고갱을 비롯해 모네와 르누아르,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 등 유명인사들을 만나 납치범 마스터맨 일당에 대한 단서를 얻으려 한다. 하지만 소녀들을 구출하려던 용감한 딜릴리마저 마스터맨에게 납치되고 만다.
예술과 학문이 번창했던 벨 에포크 시대의 프랑스 예술가 기행처럼 진행되던 이야기는 중반부를 지나 소녀들의 납치사건에 집중한다. 사회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여성들에 대한 반발로 남성들이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는 대목에선 100년 전의 과거와 현재의 접점을 발견하게 된다. 소녀들을 구하기 위해 유명 여성인사들인 배우 사라 베르나르, 여성운동가 루이즈 미셸,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마리 퀴리가 모이는 장면도 멋지다. 고급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딜릴리에게 “우리말은 할 줄 아니?”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을 비추며 딜릴리의 정체성과 사회적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 전반에 녹여내는 솜씨도 거장의 솜씨답다. <키리쿠와 마녀>(1998), <프린스 앤 프린세스>(1999), <밤의 이야기>(2011)로 유명한 프랑스 애니메이션 거장 미셸 오슬로가 천착해온 여러 요소들이 담긴 작품이다. 2019년 세자르영화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