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피터팬: 후크 선장과 결투의 날> 네버랜드의 단 하루뿐인 축제가 벌어지는 날
2019-05-29
글 : 김소미

<피터팬: 후크 선장과 결투의 날>은 1900년대 초반 발표된 J. M. 배리의 원작 <피터와 웬디>의 배경을 동시대 영국으로 옮겨왔다. 네버랜드에 사는 피터팬이 늙지 않는 동안, 현실 세계는 한 차례 세기가 바뀌었다. 어느 중산층 가정에서 웬디를 만나 우정을 쌓았던 백일몽을 추억하는 피터팬은 웬디의 증손녀이자 같은 이름을 지닌 소녀 웬디와 금세 친분을 쌓는다. 여기에 웬디의 두 동생 존, 마이클까지 가세하면서 네버랜드에서 1년 중 낮이 가장 긴 날의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피터팬과 팅커벨, 피치팍 부족과 ‘잃어버린 소년들’이 방심한 가운데, 피터팬의 영원한 숙적인 후크 선장은 추장의 딸인 타이거 릴리를 납치하고 회심의 반격을 가한다. <피터팬: 후크 선장과 결투의 날>은 원작이 지닌 설정에 현대적 요소들이 가미되면서 색다른 재미를 자아낸다. 수많은 레퍼런스를 통해 이미 피터팬의 세계관을 통달한 웬디와 동생들은 서사에 새로운 층위를 심는다. 동화보다는 컴퓨터에 익숙할 세대가 네버랜드에서 원시적 자연을 누비는 광경은 성인 관객에게도 흥미롭게 다가갈 요소다. 후크 선장의 계략에 빠진 아이들이 저주받은 늪, 꿈의 협곡 같은 환상적인 배경 또한 매력적이다. 다만 디즈니를 비롯한 대형 스튜디오의 3D애니메이션에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에게 이 영화의 심심하고 거친 컴퓨터그래픽은 장애물일 수도 있다. 시각적인 구현은 아쉽지만, 원작에 힘입은 서사의 매력은 충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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