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의 국내 개봉이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2008년 연출한 <체 게바라>는 총 2부로 구성됐다. 필름으로 찍은 1부는 쿠바혁명에 참전한 체 게바라의 긴 여정과 혁명 이후 쿠바 대표로 유엔에 참석해 연설하는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며 전개된다. 컬러 화면으로 펼쳐낸 혁명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를 포함한 혁명군 86명은 독재자 바티스타를 몰아내기 위해 무장 투쟁과 민중 봉기를 선택한다. 1956년 이들이 쿠바 동부 해안가에 상륙했을 때 살아남은 사람은 22명 뿐이다. 이들은 시에라마에스트라산맥을 올라 게릴라전을 시작하고, 라스 비야스를 점령한 뒤, 산타클라라 전투에 승리한다. 혁명을 성공하는 과정에서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는 동지들에게 혁명의 정신을 강조한다. 흑백 화면으로 담은 체 게바라의 유엔 연설은 미국 제국주의의 쿠바 사회에 대한 폭력을 전세계에 알리며 쿠바 민중의 혁명 정신을 말한다. 이야기는 체 게바라의 여정을 사실에 기반해 담담하게 펼쳐내는데 그중에서 산타클라라 도심 전투 시퀀스는 꽤 흥미진진하다.
디지털로 촬영된 2부는 체 게바라가 1부로부터 5년을 훌쩍 뛰어넘어 볼리비아 혁명에 참전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족을 쿠바에 두고 혼자 볼리비아 산악지대로 들어가지만, 낯선 곳에서의 혁명은 산 넘어 산이다. 볼리비아 공산당 지도자 마리오 몬헤는 체 게바라가 주장한 민중 봉기와 무장 투쟁 노선에 반대하고, 아르헨티나인인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 혁명에 참여하는 것 또한 못마땅해한다. 2부는 볼리비아 산악지대, 정글에서 산전수전 겪는 체 게바라의 행적을 묵묵히 따라간다.
이 영화는 영웅 체 게바라가 아닌 체 게바라의 혁명 실패담을 그린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체 게바라가 했던 말과 행동을 고증해 건조하게 펼쳐낸다. 차갑게 시작된 그의 혁명 여정은 체 게바라가 눈을 감는 마지막 장면에 가서야 뜨겁게 불타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