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블랙 47> ‘아일랜드 대기근’이 발생한 1847년
2019-06-12
글 : 김정현 (객원기자)

영국 군인으로 전쟁에 참여했던 마틴(제임스 프레체빌)은 탈영 후 아일랜드의 고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아일랜드를 덮친 대기근의 여파로 가족은 모두 죽은 뒤였다. 마을의 참혹한 실상을 목격한 그는 가족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들을 한명씩 찾아가 복수를 감행하기 시작한다. 한편, 마틴의 상관이었지만 지금은 아일랜드에서 경찰로 일하고 있는 해나(휴고 위빙)와 귀족적이면서 냉혹한 군인 포프 대위(프레디 폭스)는 상부의 명을 받아 마틴을 추적한다.

인류 역사에 남을 재앙 중 하나였던 ‘아일랜드 대기근’이 발생한 1847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서부극의 영향을 받은 것 같은 익숙한 전개의 복수와 추적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영화의 이야기는 스릴과 쾌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고 차분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흥분하지 않는 영화의 시선을 따라 펼쳐지는 마틴의 복수기는 당시 대기근의 원인이 되었던 아일랜드의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폭로하는 역할을 하며, 마틴을 쫓는 해나의 추적기는 대기근으로 황폐해진 아일랜드의 상황을 관찰하고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탈색된 것 같은 무채색의 화면 역시 영화가 처음부터 보여주고자 하는 대기근의 끔찍함을 전달하는 데 기여한다. 다소 밋밋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익숙하고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통해 당대 아일랜드의 현실을 충실하게 살펴 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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