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에움길> 잊지 않아야 할 역사
2019-06-19
글 : 이나경 (객원기자)

오래된 화면 속 중국 장강, 당시 일본군 위안소라 불리던 공간의 내부를 비추며 영화가 시작된다. 1991년, 지금은 고인이 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이른바 일본군 위안부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에움길>은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할머니들의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다큐멘터리다. 특히 할머니들을 일본군 성노에제 피해자로만 다루지 않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개개인으로 그렸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영화는 할머니들의 과거 영상과 현재 모습을 교차하여 보여주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더해가는 방식을 택한다. 평화인권운동가로서 당시를 증언하며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 이옥선 할머니가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그리고 미국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에도 불구하고 사과하지 않을 것을 강조하던 일본 총리의 만행, 2015년 한·일 두 나라 정부가 피해 당사자와 협의 없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일방적으로 합의해버리고 설립한 화해치유재단문제 등도 함께 짚어낸다. 할머니들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되새겨주는 동시에 일본군 성노예제라는 잊지 않아야 할 역사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귀향>(2015),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2017)에서 일본군 ‘다나카’를 연기했던 배우 이승현이 나눔의 집과의 인연을 이어가며 만든 첫 번째 작품. <귀향> 시리즈를 연출한 조정래 감독이 공동제작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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