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국 장르영화는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의 단골 품목이 됐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2005)과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2008)가 초청된 이후 창감독의 <표적>(2014)부터 홍원찬 감독의 <오피스>(2015),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2016),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정병길 감독의 <악녀>(2017), 윤종빈 감독의 <공작>(2018)을 거쳐 올해 이원태 감독의 <악인전>에 이르기까지 2편이 함께 초청됐던 2017년을 포함해 6년 연속으로 한국 장르영화가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을 장식했다. <오피스> <부산행> <공작>을 제외하고는 <달콤한 인생>부터 <악인전>까지 이른바 ‘한국형 누아르’ 혹은 ‘조폭영화’라 부를 수 있는데, 어쨌거나 그들 영화가 한국 내에서의 비평적 평가나 흥행과는 무관하게 글로벌한 관전 포인트를 지녔음은 분명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경우 검사까지 더해) 경찰과 조폭이 한몸처럼 움직이며, 최소한의 비리나 윤리 개념마저 망가져버린 조폭영화들에 관심이 많다. 그걸 즐긴다는 의미가 아니라 왜 유독 한국영화계에서 그런 현상이 과도하게 두드러지는지 의아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찰들은 하나같이 무능하고 조폭들은 기본적으로 희극 베이스다. 한국 사람으로서 그 이유를 알 것 같으면서도 흥미롭다는 것이며, 그런 불량식품 같은 요소들을 해외 관객이 한국영화만의 독특한 장르성으로 인식하고 반응하는 게 또한 신기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마약왕>의 만족스럽지 못한, 사실상의 흥행 실패로 인해 그 흐름이 한동안 단절되나 했더니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악인전>은 현재 335만 관객을 돌파했고, 이전 그 흐름의 중요한 변곡점이라 할 수 있었던 <범죄도시>(2017)의 강윤성 감독은 급기야 조폭이 국회의원까지 꿈꾸는 두 번째 장편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을 내놓았다. 따지고 보면 앞서 올해 한국영화 흥행 1위를 사실상 예약해둔 것 같은 <극한직업>의 이무배(신하균), 테드 창(오정세), 홍상필(양현민), 환동(이중옥) 캐릭터도 그로부터 멀지 않다.
이제 <악인전>에서 조폭들은 범죄자를 잡기 위해 급기야 직접 범인의 몽타주까지 작성하기에 이른다. 퀄리티 또한 뛰어나며 경찰보다 더 뛰어난 수사 실력을 보여줌은 물론이다. <넘버.3>(1997)에서 송강호를 ‘신스틸러’로 만들었던 우스꽝스런 ‘불사파’나 “독도는 우리 땅”이라며 일본 야쿠자들에게 재떨이를 날려 한국 조폭의 기개를 과시했던 재철(박상면), 그리고 <친구>(2001)에서 준석(유오성)이 신입 조폭들에게 ‘사시미’ 사용법을 가르치는 모습을 ‘신입 사원 오리엔테이션’이라 표현하던 그 순간부터, 조폭은 우리의 이웃이 되었다. 특히 <친구>에서 준석이 내린 벌, 그러니까 옛 친구 상택(서태화)에게 대들었다는 이유로 후배 조폭 2명을 승용차 트렁크에 귀엽게 앉혀 과속방지턱을 넘어갈 때, 한국 조폭영화는 그렇게 새로운 단계로 넘어갔다. 물론 그 한편으로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2013),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2016),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이해영 감독의 <독전>(2018)처럼 전혀 새로운 팬덤을 형성한 영화들도 존재한다. 문득 이 장르의 영화들이 어디까지 흘러갈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