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7살인 프랑스 노장 감독 알랑 카발리에가 신작 다큐멘터리 <살아 있기와 알기>로 관객을 만났다. 감독의 전작 <파테르>는 프랑스의 국민배우 뱅상 랭동이 국무총리 역을 맡고 카발리에 자신이 공화국 대통령으로 변신, 최저임금이 아니라 최고임금을 법으로 규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치인 역할 놀이를 소형 DV 카메라로 촬영해 2011년 칸국제영화제 상영 시 20분간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살아 있기와 알기>는 시나리오작가 에마뉘엘 베른하임에게 바치는 오마주다. 카발리에와 베른하임은 30년이 넘게 우정을 쌓아왔다. 베른하임은 스위스에서 ‘적극적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던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다 잘 끝났습니다>라는 자서전으로 발간했다. 2005년 <필름 맨> 이후 꾸준히 삶과 죽음의 경계를 탐구해온 감독은 소설가 베른하임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어 했고, 두 사람은 함께 각색 작업을 시작한다. 감독은 소설가에게 그의 장기인 ‘역할 놀이’를 제안한다. 베른하임은 그대로 아버지를 보내는 자신의 역할을 맡고, 감독은 소설가의 죽어가는 아버지 역할을 맡고 싶다는 거다. 그런데 갑자기 소설가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두 사람의 역할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서 상영된 이 작품에 대해 프랑스 언론은 “범속하면서도 깊이 있는 걸작”(<레 피쉬뒤 시네마>), “삶을 향한 전율적 찬가”(<르피가로>), “위엄 있으면서 감동적인 다큐멘터리”(<프리미어>), “부끄럽고 시적인 일기. 가슴을 아리게 한다”(문화 주간지 <텔레라마>)라고 입을 모아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