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스트롱거> 두 다리를 잃은 남자가 보스턴의 영웅이 되기까지
2019-06-26
글 : 김현수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당시 두 다리를 잃은 남자 제프 바우만(제이크 질렌홀)이 의수를 딛고 보스턴의 영웅이 되기까지의 힘겨웠던 여정을 다룬 영화다. 코스트코 직원인 제프는 스포츠 경기라면 죽고 못사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는 얼마 전 헤어진 애인 에린(타티아나 마슬라니)을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다. 마라톤이 취미인 그녀가 자선모금의 일환으로 마라톤 경기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제프는 응원을 가겠노라 약속한다. 사실 그전에도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만나지 못해 헤어지기 일쑤였던 제프는 다시 잘해보겠다고 결심하고는 마라톤장을 찾는다. 하지만 그곳은 끔찍한 테러 현장이 되고 만다. 영화는 ‘평범했던 제프가 다리를 잃은 뒤 가족들이 어떻게 변해가는가’, ‘제프는 다리 대신 무엇에 의지하며 생명을 유지해야 하는가’ 같은, 직접 아파보지 않고서는 함부로 대답할 수 없는 삶의 중요한 질문을 쏟아낸다. 제프로 인해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가족들이 무엇에 의지해 버티는지,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제프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잘 담겨 있다. 오랜 기간 간병을 해본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면 공감할 슬픈 장면이 너무 많다. 누구나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제프야말로 가장 약하기 때문에 더욱 힘을 줘 버티는 것인데, 그 모습이 결국 다른 이들 눈에는 강해 보이는 것이다. 실존 인물인 제프 바우만을 연기한 제이크 질렌홀은 한 인간의 고통스런 내면을 가감 없이 끄집어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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