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러더스의 96년 역사상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했다. 지난 6월 24일(현지시각) 워너브러더스측은 BBC 스튜디오스 아메리카의 사장을 맡았던 앤 사노프를 CEO로 영입한다고 밝혔다. 워너브러더스의 모회사인 워너미디어의 CEO 존 스탠키는 성명서를 통해 “혁신, 창의성 그리고 성과에 있어 검증된 기록을 가진 인물로, 스튜디오의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앤 사노프는 현재 BBC 스튜디오스 아메리카의 사장으로 <닥터 후> <톱기어> 등의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견인했고, 미국여자프로농구협회(WNBA)의 최고운영책임자, 미디어 기업 비아콤의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스포츠와 미디어 분야를 두루 섭렵했다. 그가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에 영화, TV 매체를 아우르는 기업 운영에 적임자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워너브러더스는 한동안 케빈 쓰지하라 전 회장이 배역 제공을 대가로 배우 샬롯 커크에게 성접대를 받았다는 사실로 몸살을 앓았다. 2013년부터 <할리우드 리포터>가 보도를 시작해,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수백건이 공개되면서 케빈 쓰지하라가 올해 3월 사임을 결정했다. 미국 경제지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앤 사노프 영입을 두고 “할리우드 스튜디오 내에서 저명한 인물이 주로 고위직에 영입되는 업계의 기존 통례를 깬 사례”라고 평가했다. 할리우드 영화사의 낮은 여성 임원 비율, 성별에 따른 배우들의 불평등한 출연료 등 영화계의 성별 격차 해소에 앤 사노프 CEO의 등장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