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의원 송희섭(김갑수)의 수석 보좌관 장태준(이정재)은 지역구 공천을 받아 의원 배지를 달겠다는 야심을 가진 인물이다. 권력을 두고 투쟁하는 드라마가 국회의원이 아닌 보좌관을 주인공으로 세웠으니 그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알다시피 대사에 은유와 비유의 비중이 높기로 치면 정치 드라마가 최고다. JTBC <보좌관: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장태준에게 집중되는 수사들을 모아봤다.
국정감사 시즌에 독기를 품는다고 ‘가을 독사’라 불리는 장태준은 다른 의원실에 갔다가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낑낑대며 돌아다닌다는 비아냥을 듣고, 하룻밤 집을 비우면 ‘도둑고양이’ 같다는 핀잔을 듣는다. 태준이 보좌하는 송 의원은 그를 ‘날이 무딘 손톱깎이’ 취급하다가 ‘주인 말 안 듣는 소 새끼’라고 욕한다. 태준의 아버지는 경찰을 그만두고 의원을 따라다니는 아들을 ‘잘난 가방모찌’라고 부르고, 역시 지역구 공천권을 노리는 다른 보좌관은 태준을 ‘남의 둥지에 알을 까는 뻐꾹새’에 빗댄다. 이 밖에도 ‘저녁 굶은 시어머니’에 ‘모기’까지 등장했다.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독사, 개, 고양이, 소, 뻐꾹새, 모기, 가방모찌, 시어머니, 손톱깎이에 이른다. 새로 추가될 때마다 입술을 깨물고 웃지만, 주인공을 평가하는 주변의 시선이 각기 다르고, 상황에 따라 바뀌는 쪽이 훨씬 흥미롭다. 뜻밖의 효과도 있다. 수사의 초과공급은 의미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정치 드라마에서 과하게 힘주는 번잡한 대사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