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비스트> 백경숙 프로듀서 - 마음을 잡아끄는 프로젝트
2019-07-08
글 : 김소미
사진 : 백종헌

희대의 살인사건과 마약 수사, 강력반 형사들의 라이벌 의식이 뒤섞인 <비스트>는 악인을 잡으려다 자신 속 악을 목격하는 형사 한수(이성민)의 몸부림을 보여준다. 한눈에 보아도 프로덕션이 만만치 않았으리라 짐작되는 <비스트>는 백경숙 프로듀서의 9번째 메인 프로듀싱 작품이다. 이정호 감독이 트리트먼트를 쓸 때부터 지켜보며 백 프로듀서는 “한마디로 멋있다”고 작품에 확신을 가지게 됐다. 형사 한수는 살인마를 잡고 싶은 정의감과 직업의식이 투철한 한편, 라이벌 민태(유재명)와 경쟁해 승진하길 원하고, 원치 않게 휘말려든 자신의 범죄 사실에 대해서도 숨기고 싶어 한다. “명확하게 선과 악으로 나뉘는 인물 구도, 권선징악의 결말을 기대한 관객에겐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런 복합적인 딜레마는 백 프로듀서의 마음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비스트>의 주제를 시각화하는 데 기여한 것 중 하나는 로케이션이다. 극중 마약 제조의 소굴로 등장하는 창신아파트는 칠이 벗겨진 흰 외벽과 나선형으로 이어지는 긴 복도가 예스러워 눈길을 끄는데, 이 복도를 따라 이동하며 영화의 하이라이트 액션 신이 펼쳐진다. “우리 영화엔 깨끗한 장소가 하나도 없다”라는 백 프로듀서의 말처럼, 곧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이곳은 1969년 대구에 최초로 지어진 동인아파트다. 백 프로듀서는 “5~6동 되는 아파트를 돌며 한 가구도 빠짐없이 찾아가서 영화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촬영 동의를 구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프로듀서의 기나긴 설득 끝에 마찰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고.

22살에 “영화 장비 브랜드인 ARRI를 들리는 대로 RE라고 썼던” 초보 스크립터로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당시 시네마서비스 기획 이사였던 김미희 제작자를 보면서 프로듀서의 꿈을 키웠다. 연출부, 마케팅사, 기획실 등을 거치며 29살에 <남자 태어나다>로 첫 프로듀서직을 맡았고, 이 시기의 경험은 “역량 부족과 오만함을 절감하고, 영화 작업 전체를 아우르는 눈을 기를 수 있었던” 중요한 분기점으로 남았다. 이후 <좋지 아니한가>를 통해 이정호 감독을 만나고 결혼까지 한(이정호 감독은 <좋지 아니한가>의 조감독이었다.-편집자) 그는 “프로듀서가 한시도 게으를 수 없게 만들고, 늘 새로운 것을 고민하는” 이정호 감독을 최고의 동료이자 스승으로 꼽았다.

서류 파일

백경숙 프로듀서는 현재 16회차까지 촬영한 조은지 감독의 신작 <입술은 안돼요>의 예산 서류가 노출될까봐 보안에 각별히 신경썼다. “작품마다 파일을 만들어서 필요한 서류를 깔끔히 정리한 뒤 자주 펼쳐본다. 온라인에 저장된 파일이 아니라 실물이다보니 늘 가지고 다니면서 자주 꺼내보고 꼼꼼히 확인할 수 있다. 아, <입술은 안돼요>는 잘 나올 것 같다. 기대해도 좋다.”

총괄프로듀서 2019 <비스트> 2015 <판도라> 프로듀서 2013 <방황하는 칼날> 2012 <연가시> 2010 <쩨쩨한 로맨스> 2010 <베스트셀러> 2007 <내사랑> 2006 <좋지 아니한가> 2002 <남자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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