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실사 영화 <알라딘>이 국내 관객수 900만을 돌파했다. 영화의 인기만큼 주연 배우들에 쏟아지는 관객들의 관심도 상당하다. 알라딘을 연기한 미나 마수드의 어린 시절부터 <알라딘> 배역을 따내기까지, 그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모았다.
1.
미나 마수드는 이집트 카이로 출신이다. 세 살 때 가족들과 캐나다로 이민해 토론토에서 자란 이집트계 캐나다인. 집에서는 아랍어를 사용하기에 모국어를 잊지 않았다.
2.
로빈 윌리엄스와 크리스 터커를 흉내 내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미나가 연기를 갈망하게 된 출발점이었다. 그의 인생에서 첫 연기는 초등학생 때 연극에서 맡은 '피터 팬' 역할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의 도움으로 배우 에이전시에 들어가는 기회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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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자식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이민자였다. 따라서 많은 이민자의 아이들처럼 미나 역시 의사나 엔지니어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졌다. 집에서는 그가 예술을 하는 것을 반대했고 마수드는 토론토 대학에서 신경과학과를 전공했다. 학창시절 수학과 화학을 좋아했고, 소질도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내 길일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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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등 대학을 다니면서도 두 가지 길을 병행했다. 하지만 미적분학을 듣기 시작하면서 "난 이걸 평생 동안 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강의를 듣던 중 자리에서 일어나 강의실을 나갔다. 마수드는 토론토 대학을 그만두고 라이어슨 연극학교에 진학해 연기 공부를 했다. 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LA로 이사하기 위해 레스토랑에서 일을 했다.
5.
처음으로 실패한 오디션에서 중요한 것을 얻었다. 오디션장에서 그에게 주어진 배역은 아프가니스탄 군인이었는데, 부상을 입고 죽는 역할이었다. 당시 미나는 고통스러움의 표현에 제대로 몰입하지 못했다. 감독은 그에게 "잘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고, 그 역시 수긍했다. 이때 감독이 덧붙인 말은 미나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당신은 배우다. 네가 해야 할 일은 네가 느끼는 바를 나도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정곡을 찔린 미나는 배우라는 직업 본연의 역할을 마음에 새겼고, 이 사건은 더 나은 연기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6.
2017년, <알라딘> 주인공을 뽑는 오디션 공고가 발표됐다. 알라딘 역할에 어울리는 잘생긴 외모와 노래 실력, 매력과 카리스마를 겸비한데다 탄탄한 체격까지 갖춘 사람을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미나 마수드는 자신을 소개하는 비디오를 보낸 뒤에도 4개월이 넘도록 연락이 없어 탈락했다고 생각했다. 영화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에서 제이크 질렌할이 왕자를 맡았던 것처럼, '또 제이크 질렌할에게 알라딘 역할을 줘 버릴 건가 보다'고 생각하며 체념했다.
7.
하지만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진다. <알라딘>의 프로듀서가 TV 드라마 <잭 라이언>의 스튜디오에 우연히 방문했다가 미나의 사진을 발견했다. <잭 라이언>은 미나가 조연으로 출연한 드라마였다. 재밌게도 그는 사람들에게 '딱 이런 이미지의 배우를 찾아야 한다'는 예시를 들고자 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오디션 비디오를 뒤져보던 그는 미나 마수드의 비디오를 찾았다.
8.
뒤늦게 연락을 받은 미나 마수드와 다른 후보 둘이 더 있었다. 이미 캐스팅이 확정된 자스민 공주 역할의 나오미 스콧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는 일만 남았다. 마수드는 <알라딘>의 초반부 상인에게 쫓기는 장면을 포함한 몇 가지 장면을 마스터해야 했고, '원 점프 어헤드(One Jump Ahead)'. "프린스 알리(Prince Ali)',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 등 노래와 춤 연습은 물론 자스민 공주와의 즉흥 연기도 준비해야 했다. 이 모든 것을 준비하는 데 일주일의 말미가 주어졌다. 그에게 노래와 춤을 배우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9.
당시 알라딘 후보들 가운데 미나만이 알라딘을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캐릭터,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캐릭터로 해석해 관계자들의 눈에 띄었다. 2,000:1의 경쟁률을 뚫고 마침내 알라딘의 자리는 미나 마수드에게 주어졌다. 훗날 인터뷰에서 나오미가 한 언급에 따르면, 미나 마수드는 자스민 공주와의 테스트 촬영 때 "전 이 역할이 정말 필요해요" 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 후로 미나의 별명은 '울보 미나'가 됐다.
10.
그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로빈 윌리엄스, 윌 스미스다. 공교롭게도 두 배우 모두 <알라딘>의 지니였고, 미나 마수드의 첫 연기 경험에 언급된 '피터 팬' 역시 로빈 윌리엄스가 <후크>에서 맡았던 역할이다. 평소 우상이던 윌 스미스와 함께 일한 경험에 대해 마수드는 "굉장히 감격했다. 윌은 훌륭한 조언자이기도 했다"면서 "윌에게서 배운 많은 것들 가운데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으면 결코 충분치 않다는 이야기는 나를 바꿨다. 동료를 대하는 그의 모범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11.
유색 인종으로서, 이민자로서의 자의식이 분명한 배우다.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의 출신과 정체성에 대해 서슴없이 이야기 해왔다. 그는 백인 학생들이 주를 이룬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직접적인 인종차별을 겪지는 않았지만 차별을 느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농구를 제일 잘 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지만, 경기에 참여하지는 못했다고. 게다가 공식적인 첫 연기를 한 TV 드라마 <니키타>에서 주어진 역할은 '알 카에다 2'였고, <컴뱃 호스피탈>의 '살만 자왑', <킹>의 '말릭 아타시'와 같은 토속적인 이름이 주어졌다.
12.
미나 마수드는 최근 할리우드 내 변화의 물결을 누구보다 체감하고 있다. 그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나 이집트 출신 배우 라미 말렉의 <미스터 로봇>에서의 활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알라딘>은 자신과 닮은 점을 발견하게 된 유일한 디즈니 영화였고, (그의 출신과 관련해) 민족적 대표성을 보여주는 드문 영화였다. 그렇기에 배우 미나 마수드에게 <알라딘>과의 인연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13.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아 2015년부터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채식주의는 유제품, 알류, 생선류 등의 섭취 유무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미나 마수드는 이를 모두 섭취하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인 '비건(Vegan)'을 택했다. '이볼빙 비건(Evolving Vegan)'이라는 이름의 비건 전용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