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한 레아 세이두. 그녀가 <이퀄스>, <뉴니스>를 연출한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의 신작 <조>로 국내 관객들을 찾아왔다. 인공지능 로봇 조(레아 세이두)가 그녀를 만든 콜(이완 맥그리거)에게 사랑을 느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작의 여러 캐릭터부터 인공지능 로봇까지, 확실히 레아 세이두에게 맞지 않는 옷은 없는 듯하다. 생애, 필모그래피, 스크린 밖 모습 등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의 배우, 레아 세이두를 알아봤다.
풀네임
이름부터 짚고 넘어가자. 레아 세이두는 긴 풀네임을 가지고 있다. 레아 엘렌 세두-포르니에 드 클로즌(Léa Hélène Seydoux-Fornier de Clausonne)이다. 레아 세이두는 이를 줄인 활동명. 또한 국내에서는 y를 발음해 ‘세이두’라고 불리지만, 사실 원어를 그대로 읽으면 ‘세두’라고 발음하는 것이 맞다. (이하 레아 세두로 표기한다)
금수저
레아 세두의 집안은 어마어마한 재벌가다. 그녀의 증조할아버지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영화사 ‘고몽’의 회장 니콜라스 세두다. 고몽은 1895년 레옹 고몽이 설립, 뤼미에르 형제가 제작한 세계 최초의 영화 <열차 도착>을 제작한 영화사. 이후 1975년 니콜라 세두가 경영권을 인수해 지금까지도 왕성히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라붐>(1980), <언터처블: 1%의 우정>(2011) 등이 있다. 로고에 적혀 있는 문구는 ‘영화가 존재하는 이래로’.
증조할아버지뿐 아니라, 레아 세두의 할아버지는 프랑스의 미디어 기업 ‘파테’의 회장 제롬 세두이며, 아버지는 유명 전자기기 업체 ‘패럿’의 창립자 중 한 명인 앙리 세두다. 이외에도 집안의 여러 인물들이 막대한 자본가다. 그 모두를 합치면 자신 규모가 7조 원이 넘는다. 재벌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레아 세두는 배우가 되는 데 집안의 일말의 방해도, 도움도 받지 않았다.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할아버지(제롬 세두)는 내 배우 경력에 관심도 가진 적 없다. 가족 누구도 이에 물어본 적도 없다”고 전했다.
음악 전공
배우가 되기 전 레아 세두는 오페라, 뮤지컬 가수를 꿈꿨다. 18세기에 설립,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고등 음악 교육기관인 파리 음악원(Conservatoire de Paris)에서 음악을 공부했다.(위 사진은 20세기에 새롭게 지어진 현재의 신식 건물) 그러나 스스로의 재능이 부족하다고 생각, 미래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중 길거리에서 한 배우를 만나게 되고, 그의 삶이 멋지다고 생각해 배우의 길을 택하게 됐다. 레아 새두의 연기 인생의 시작점이 된 그 배우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자국에서 배우 데뷔
그렇게 레아 세두는 2004년 TV 시리즈 <아버지와 시장>에서 단역으로 데뷔, 이후 <미스트리스>, <나의 친구들> 등의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첫 주연을 맡은 작품은 크리스토프 오노레 감독의 <아름다운 연인들>. 17세기에 집필된 프랑스의 로맨스 소설 <클레브 공작부인>을 현대판으로 각색한 영화다. 레아 세두는 사랑으로 갈등하는 16살 소녀 주니를 연기, 프랑스의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세자르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 후보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할리우드 진출
<아름다운 연인들>로 감독들의 눈에 띈 레아 세두는 이듬해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첫 작품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영화의 초반부 악역인 한스 란다 대령(크리스토프 왈츠)의 첫 등장에서 단역으로 잠깐 출연했다. 이후 레아 세두는 자국에서의 활동을 겸하며 <로빈 후드> 등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종종 모습을 비췄다.
2011년에는 처음으로 할리우드에서도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으니,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서다. 그녀는 러시아의 킬러 사빈 모로로 등장해 얼음장같은 모습, 화려한 액션 등을 선보였다. 주인공 에단 헌트(톰 크루즈) 일행을 곤경에 빠드리며 강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 레아 세두가 국내에서도 인지도를 쌓은 시점이기도 하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레아 세두의 대표작으로 남은 것이 2014년 제작된 압델라티브 케시시 감독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 그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는 아델(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이 엠마(레아 세두)를 만나 사랑, 이별을 겪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길 하나를 건너는데도 무려 10시간 동안 촬영을 했다고, 두 주연 배우는 스크린을 허무는 듯한 현실적인 연기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그러나 비평적 성취와는 별개로 압델라티브 케시시 감독은 노동법을 준수하지 않은 현장, 배우들을 향한 과도한 디렉팅 등으로 논란이 됐다. 레아 세두는 인터뷰를 통해 “촬영은 심리적 고문에 가까웠다”라고 말했으며, 케시시 감독의 항변이 이어지기도 했다.
다양한 필모그래피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이후 레아 세두는 더욱 탄탄대로를 달렸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랍스터> 등 거장들의 작품에 출연했다. 그중 <더 랍스터>에서는 정해진 시스템 아래에서 짝을 만나야 하는 사회에 반기를 들고, 외톨이로 생활하는 무리의 리더를 연기하며 독특한 카리스마를 자랑했다.
할리우드의 프랜차이즈 영화에서도 주연을 꿰찼으니,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007> 시리즈에서다.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의 네 번째 <007> 시리즈인 <007 스펙터>에서는 악역이었던 미스터 화이트(제스퍼 크리스텐센)의 딸 매들린을 연기,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와의 케미를 보여줬다. 다가올 <본드 25>(가제)에서도 그대로 재등장할 예정이다.
# Me Too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자 여러 성범죄로 할리우드에서 매장 당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 2017년 레아 세두도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하비 와인스타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소파에서 이야기를 하던 중 하비 와인스타인이 갑자기 키스를 하려고 했다. 안간힘을 써 그를 밀치고 자리를 나왔다”고 전했다. 더불어 할리우드에 만연한 여성 혐오적인 분위기를 비판하며 “끝내 변화가 오리라 생각하고, 바란다. 진실과 정의만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패셔니스타
레아 세두는 패셔니스타로도 유명하다. 유니클로, 아메리칸 어페럴 등 의류 브랜드 모델로 활동했으며 프라다,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의 광고에도 출연했다. 칸영화제에서 슈트부터 드레스까지 완벽하게 소화한 모습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패션 위크, 패션쇼에도 빈번히 모습을 비췄다. 공식 행사에서는 화려한 의상을 즐겨 입지만 평상시에는 청바지, 티셔츠 등 내추럴한 옷을 즐긴다고. 또한 옷과 액세서리를 매우 좋아해 스스로를 ‘product junkie’(상품 중독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혼
2015년 일반인 남자친구와의 교제 사실을 밝혔다. 인터뷰를 통해 “배우, 유명인은 아니다. 철학을 공부하는 평범한 남성이다. 그를 사랑한다. 나와 맞는 사람을 찾으면 가족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었다”고 전했다. 이후 2016년 자비에 돌란 감독의 <단지 세상의 끝> 시사회에서 임신 소식을 알렸다. 남자친구와는 사실혼 관계로 현재 함께 아이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