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호러영화에 애정을 쏟은 다섯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영화. 밤거리를 헤매던 사람들이 텅 빈 극장에 들어선다. 스스로를 ‘죽음 수집가’라 칭하는 의문의 영사기사(미키 루크)를 통해 방문객들의 음울한 내면의 악몽이 스크린 속에 펼쳐진다. 알레한드로 브뤼게는 숲속 살인마가 등장하는 전통적인 슬래셔 무비를 그리며, <13일의 금요일>(1980)을 오마주한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를 통해 장르의 변주와 함께 새로운 리듬감을 형성하는 점이 흥미롭다. <그렘린>(1984)의 감독 조 단테가 연출한 <미라레>는 성형수술을 소재로 인간의 욕망과 집착을 담아내는데, 스토리를 끌고 가는 힘이 다소 부족해 진부함을 남긴다. 종교적 위선에서부터 시작한 악령의 이야기를 다룬 <마시트>는 <고질라: 파이널 워즈>(2004)를 연출한 기타무라 류헤이의 작품이다. 다섯 에피소드 중 가장 핏빛이 낭자한 영화로, 오컬트와 슬래셔 장르를 뒤섞으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네 번째 에피소드는 <블랙미러: 밴더스내치>(2018), <이클립스>(2010)의 데이비드 슬레이드가 연출을 맡았다. 정신질환으로 고립감을 느끼는 헬렌(엘리자베스 리저)의 심리를 한정된 세트와 흑백 화면을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해낸다. 믹 개리스는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에 남겨진 이들을 담아낸다. 고유한 공간감을 가진 극장을 악몽이 재현되는 현장으로 그려낸 아이디어는 흥미로우나 에피소드간 편차가 아쉽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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