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기방도령> 이은주 음악감독, “반도네온은 사극 최초 아닐까요?”
2019-07-22
글 : 김소미
사진 : 백종헌

잠깐, 여긴 조선시대 아니었던가? 분명 사극인데 어디선가 반도네온 소리가 들려온다. <기방도령>의 청년 허색(이준호)은 자신이 나고 자란 기방을 폐업 위기에서 되살리기 위해 조선 최초의 남자 기생을 자처한다. 수절 과부들을 연풍각으로 끌어들이는 허색의 매력, 그리고 첫사랑 해원(정소민)을 향한 순정을 확인한 이은주 음악감독은 단박에 반도네온을 떠올렸다. 처음엔 계획에 없었으나 “편집본을 받아보고는 허색이 가진 애절함에 잘 어울리겠다 싶은” 확신이 든 것이다. 과감한 악기 선택은 곧 현대극의 성격이 가미된 경쾌한 코미디 드라마의 미덕을 살리는 데 일조했다. 해원 아씨의 경우 “관객에게 보다 익숙한 플루트, 스트링 악기를 써서 예쁘고 고운 소리를 냈다”. 허색과 개그 콤비를 이루는 에너지 넘치는 육갑(최귀화)에겐 “팀발레스처럼 타악기 위주의 구성”이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선배 모그 음악감독에게 “사극 음악에 소질이 있다”는 말을 들어온 이은주 음악감독은, 국악을 제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기방도령>에서 장구 소리를 활용하면서 원을 풀었다.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가 따로 있지는 않지만 시나리오를 읽다보면 “유독 마음으로 들어오는 이야기가 있다”는 그는, <기방도령> 이전에 작업한 이지원 감독의 <미쓰백>을 예로 들었다. 감정의 무게가 짙은 작품이었기에 음악적으로도 고심이 많았던 영화다. “아동학대 소재가 무척 힘들고 민감한 만큼 음악적 욕심보다는 관객의 감정과 이해도를 고심한 과정”이 자양분이 됐다.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고 영상음악 작곡가를 꿈꿨던 그는 모그 음악감독의 오디션에 선발되어서 음악팀에 합류했다. “음악이 없던 영상이 그에 걸맞은 음악을 만났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내는” 놀라운 희열의 경험이 그를 영화로 이끌었다. 음악감독으로 데뷔한 지 어느덧 5년차, 이은주 음악감독은 “다음번엔 좀더 수월하겠지, 싶다가도 막상 작업을 시작하고 나면 그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지는” 창작의 고통을 즐기고 있다. 여름 개봉을 앞둔 <광대들: 풍문조작단>의 음악 작업을 마쳤고 올해 미쟝센단편영화제에 상영된 영화 <택싱 데이>의 음악을 만들면서 힙합의 세계를 맛봤다. “단편이라 조금 감질나더라. 힙합 장르로 장편영화도 해보고 싶다.”

오선노트

작업을 하다가 아이디어가 막힐 때 이은주 음악감독은 노트를 펼친다. “노트에 한번 싹 옮겨보면 막혔던 생각이 뚫리고 마음도 정리된다. 손으로 옮겨보는 행위가 중요한 것 같다.” 이렇게 모아둔 오선노트가 수십개는 될 법한데 그는 “다 버린다. (웃음) 나는 계속 새 종이가 필요할 뿐이다”라고 말한다.

음악감독 2019 <기방도령> 2017 <미쓰백> 2017 <대립군> 2014 <조류인간> 2014 <마담 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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