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24시간 바쁘게 돌아가는 할리우드. 덕분에 극장가는 늘 신작들로 풍요롭다. 그러나 모든 영화들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할 수는 없는 법. 뚜껑을 열었을 때 혹평을 면치 못한 작품들도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올해 상반기 개봉한 <맨 인 블랙: 인터내셔녈>과 <엑스맨: 다크 피닉스>. 두 시리즈의 팬들은 아쉬움을 삼켰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할리우드에서는 여러 영화들이 제작,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그중에는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영화들도, 혹은 걱정이 앞서는 작품들도 있다. 예상을 뒤엎는 수작이 탄생하기를 바라보며 조금(혹은 크게) 걱정되는 할리우드의 예정작 다섯 편을 살펴봤다.
<본드 25>
첫 번째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를 장식할 <본드 25>다. <본드 25>는 기획 단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007 스펙터> 개봉 당시 “성차별적이며 바람둥이인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기가 힘들다”며 하차를 선언했다. 이후 제작사와의 ‘밀당’ 끝에 2018년 재출연을 확정했다. 그러나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대니 보일 감독의 하차다. 대니 보일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에 있어 제작진과의 창작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없었다”며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그렇게 캐리 후쿠나가 감독이 새로운 연출로 낙점, 개봉일은 1년 넘게 미뤄졌다.
<본드 25>의 걱정 포인트에는 전작인 <007 스펙터>도 빠질 수 없다.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부족한 개연성과 산만한 전개로 혹평을 면치 못했던 <007 스펙터>. 이번 <본드 25>에서도 레아 세이두, 크리스토프 왈츠, 나오미 해리스 등의 배우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거기에 새로운 악역으로 라미 말렉까지 합류했다.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지만 너무 많은 캐릭터에 이야기가 또다시 산으로 갈 듯한 불안은 감출 수 없다.
<엑스맨: 뉴 뮤턴트>
이 친구는 살짝이 아니다. 20세기 폭스가 제작하는 마지막 <엑스맨> 영화, <엑스맨: 뉴 뮤턴트>(이하 <뉴 뮤턴트>)다. 전작들과 결을 달리하는 스핀오프로, 시리즈 최초로 호러 장르를 내세웠다. 사실 <뉴 뮤턴트>는 <엑스맨: 다크 피닉스>보다 먼저 공개될 계획이었다. 원래 2018년 4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재촬영을 이유로 개봉이 2019년 2월로 미뤄졌다. 그러나 재촬영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몇 차례 개봉 일자가 연기, 번복됐다. 이에 팬들의 질타를 받았으며 극장이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로 공개된다는 루머까지 등장했다.
주연을 맡은 안야 테일러 조이는 이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 나를 포함한 많은 팬들이 영화를 기다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함께 출연한 메이지 윌리암스도 인터뷰를 통해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렇게 난항을 겪던 <뉴 뮤턴트>는 2019년 5월 드디어 소식이 전해졌다. 2019년 하반기 재촬영에 돌입, 2020년 4월로 개봉일을 정했다. 부디 이번에는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되기를 바라본다.
<고질라 vs. 콩>
우선 낮은 퀄리티의 포스터에 놀랐다면 진정하자. 정식 포스터가 아닌 팬메이드 포스터다. 2014년 제작된 <고질라>의 흥행을 계기로 시작된 ‘몬스터 버스(Monster Verse)’. 2017년에는 <콩: 스컬 아일랜드>를 선보이며 미국을 대표하는 괴수 킹콩까지 끌어들였다. 두 편 모두 나름의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고질라 vs. 콩>은 두 영화를 아우르는 작품.
그러나 최근 제작된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이하 <킹 오브 몬스터>)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40%의 신선도를 기록(현재 41%), 흥행 역시 실패하며 시리즈의 흑역사로 남았다. <킹 오브 몬스터>의 가장 큰 문제는 부실한 스토리. 거대 괴수들의 스펙터클은 눈을 사로잡지만 그 이상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고질라 vs. 콩>도 이를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 연출을 맡은 애덤 윈가드 감독의 전작이 혹평 세례를 받은 <블레어 위치>(2016), <데스노트>(2017)라는 점도 불안을 더한다.
<신비한 동물사전 3>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함께 판타지 영화의 양대 산맥으로 남은 <해리 포터> 시리즈. 그러나 스핀오프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는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2016년 제작된 <신비한 동물사전>은 그럭저럭 호평을 받았지만 그 뒤를 이은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발을 헛딛고 말았다.
다섯 편 시리즈화가 확정된 만큼, 1편은 전조 느낌이 강하게 날 수밖에 없었을 터. 그러나 2편 역시 예고편스러운 느낌만을 풍기며 혹평을 받았다. 제목에도 사용된 그린델왈드(조니 뎁)의 악랄한 범죄를 기다렸지만, 큰 사건 없이 아쉬운 활약을 보여줬다. 중간점을 돌파하는 3편마저 지지부진하다면 <신비한 동물> 시리즈는 구렁에서 나오기 힘들 듯하다.
<조커>
마지막으로, 감히 <조커>를 해당 목록에 추가해본다.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을 맡은 <조커>는 확실히 걱정보다는 기대가 앞서는 영화다. 공개된 스틸컷, 티저 예고편에서는 주인공 아서(호아킨 피닉스)가 미쳐가며 조커로 변모하는 모습이 담기며 팬들을 환호를 받았다. 기대는 가히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그러나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 <듀 데이트>, <행오버> 시리즈 등 코미디 장르로 활약했던 토드 필립스 감독이 어두운 분위기의 드라마를 잘 끌어올렸을지 의구심이 피어오른다.
2019년 1월, 소피 역의 재지 비츠는 MTV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본의 많은 부분이 촬영 중에 새로 쓰여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토드 필립스 감독과 각본가 스콧 실버가 현장 트레일러에서 많은 내용을 수정했다고. 호아킨 피닉스, 로버트 드 니로 등 명배우들의 연기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호아킨 피닉스는 역할에 과몰입, 체중이 너무 빠져 촬영이 3주간 중지되기도 했다) 부디 배우들의 연기, 예고편이 전부가 아닌 수작이 탄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