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라(페넬로페 크루즈)는 딸 이레네, 아들 디에고와 함께 동생 아나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을 찾는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가족,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결혼식은 온 마을이 떠들썩할 만큼 화려하고 성대하게 치러진다. 축제가 무르익을 때쯤, 마을이 정전되면서 결혼식 행사는 성급히 마무리된다. 그때쯤 자신의 방에 자러 간 이레네가 갑자기 사라진다. 당황한 라우라는 딸을 납치했다면서, 살려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받는다. 라우라의 가족뿐만 아니라 오랜 친구이자 과거 연인이던 파코(하비에르 바르뎀)까지 나서 이레네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온 가족이 발을 동동 구르며 납치범이 누구인지 짐작할 만한 단서를 찾고,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 이레네를 살려낼 방법을 찾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서스펜스는 여느 유괴영화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스릴러 장르 문법을 이용해 인물들간의 관계와 그 속에 얽힌 사연을 파고드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인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과 가장 불운한 순간을 오가며 서스펜스를 쌓아 올리는 솜씨는 유려하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오랫동안 꺼내지 않은 삶의 비밀(혹은 진실)은 의외로 인물의 행동을 뒤바꿀 만한 힘을 발휘한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2013), <세일즈맨>(2016)을 연출한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신작이다.